[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합친 우리나라 연금 시장이 1800조원 규모에 달합니다. 연금에 적립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연금 운용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제도와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오는 25일 <2천조 연금시장 족쇄를 풀어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연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제도 규정 등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습니다.
어려운 연금 운용, 우왕좌왕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연금 370조원, 퇴직연금 382조원, 국민연금 1036조원 등 총 1800조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5%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인데요. 10년 뒤에는 약 3000조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주택연금을 묶어서 사적연금이라고 부르는데,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최대 10년 정도의 소득 공백 기간을 커버하거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으로 구분됩니다. 퇴직연금 중에는 개인이 직접 적립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대표적입니다.
연금저축 상품은 금융권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보험업계의 연금저축보험과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은행권의 연금저축신탁입니다. 연금저축신탁은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고, 지금은 증권사와 보험사만 취급 중입니다. 문제는 노후 대비용으로 연금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연금상품 구조가 복잡해 가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상품에 드는 소비자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연금저축 내에서도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는 납입 방식과 세제 혜택, 수익률 산정 방식 등 성격이 다른 상품입니다. 연금저축보험은 보험사에서 산정하는 '공시이율'로 운용수익이 결정되는 금리형 상품이지만, 연금저축펀드는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가입자가 직접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편입된 자산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연금저축펀드에서는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에 투자할 수 있지만 파생결합증권(ETN), 인프라펀드, 원리금보장상품을 편입할 수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납입방식·투자처·수익률 제각각
연금저축펀드와 IRP가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도 또 다릅니다. IRP는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원리금보장상품은 은행 예금, 보험사의 금리연동보험과 이율보증보험, 증권사의 주가연계사채(ELB)가 대표적입니다. 저축은행과 우체국 예금도 포함됩니다. 투자가능한 실적배당상품은 펀드, ETF, 실적배당보험, 국내 상장 ETN, 리츠, 인프라펀드 등이 있습니다.
공적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로 개인연금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는 가운데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펀드 투자로 노후자금을 불리는 상품이 인기인데요. 연금저축 계약건수를 보면 연금저축보험 계약건수는 2018년 말 기준 498만건에서 5년 후인 지난해 말 427만8000건으로 줄어든 반면 연금저축펀드 계약건수는 같은 기간 84만건에서 374만200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국내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연 2%대 중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로 주식·부동산·채권에 투자한 뒤, 투자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상품을 운용하는데요. 다만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투자처가 제한되다 보니 투자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수익률이 저조하다 보니 고객들은 똑같은 비과세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연금저축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11.6%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민 노후 보장 방안 모색
보험연구원의 '2023 보험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 등 개인연금의 미가입 사유에 대해 '소득부족으로 저축 여력이 없다'는 답변(49.5%)이 가장 많았고, '해당 상품을 잘 모른다'는 응답자(22.4%)가 뒤를 이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2024 뉴스토마토 연금포럼'을 개최합니다. 그간의 '은퇴전략포럼'을 '연금포럼'으로 전환해 노후 재정 준비의 핵심인 '연금'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포럼의 주제를 '2천조 연금시장 족쇄를 풀어라'로 정했고, 연금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제도와 규정 등 방안을 찾아 보고자 합니다.
주제 세션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금 운용 효율화를 위한 제도, 규제 개편 방안',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 소장의 '풍족한 노후를 위한 연금자산 황금배분', 양은석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로보운용팀 팀장의 '퇴직연금 모델 포트폴리오 및 로보어드바이저 성과' 순으로 진행됩니다. 종합토론은 이경희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김규동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 연구위원, 황준호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분석실 부연구위원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공적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로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