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새 먹거리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방한 관광객 3000만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40조1700억원) 실현을 목표로 입국부터 출국까지 방한관광 전 과정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집중 개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관광업계에선 정부가 정작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은 등한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외국인들이 '오고 싶은 나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관광 콘텐츠부터 확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전략 추진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인데요. 특히 현재는 K-컬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관광 콘텐츠의 '소프트웨어' 요소는 무르익었음에도 이를 담을 그릇인 '하드웨어' 정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K-팝 인기 활용 못하는 공연장 인프라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 거점 도시 성장이 중요하다는 게 관광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강점이 있는 문화적 요소를 선별하고 거점 도시를 정해 그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식으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현재 한국은 우수한 문화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K-팝입니다. K-팝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외래 관광객 유인책으로 활용하기 유리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작 K-팝 스타가 존재해도 이들이 공연할 만한 공간이 충분치 못합니다. 내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2월 일본 도쿄돔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4차례 공연을 진행했지만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 적합한 국내 공연장 부재로 월드투어에서 배제됐습니다. 이 때문에 국내 일부 팬들은 일본에 가서 공연을 보기도 했는데요. 도쿄돔 공연 당시 창출된 경제효과가 도쿄에서만 3018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외국 가수의 내한공연은 비단 해당 가수와 국가에만 경제적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요. 특히 현재 한국은 K팝 스타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인바운드 관광의 주요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는 터라 국내 대형 공연장의 부재는 더욱 뼈아픕니다.
국내와 달리 일본은 1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공연장소가 40곳 이상일 정도로 공연장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도쿄돔에만 3만석 이상 대형 공연 가능한 장소가 5곳입니다. 국내에서는 5만석 이상 전문 공연장이 없어 경기장을 대관해야 하지만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아티스트 섭외가 어렵습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현장 업로드. (사진=모히건 인스파이어)
뒤늦게나마 우리나라에도 대형 공연장이 들어서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도쿄돔과 비교하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경우 수용 가능 인원은 1만5000명입니다. 서울 창동에서 지어지고 있는 서울 아레나의 경우 수용 가능 인원은 1만8269명입니다.
수조원의 돈을 쏟아부었음에도 행정적 이견 문제로 엎어진 공연장도 있습니다. CJ 그룹의 손자회사이자 CJ ENM 자회사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경기도 소유 부지 32만6400㎡에 2조원 가량을 투자해 문화 인프라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요. 아레나, 스튜디오, 테마파크, 숙박시설, 관광단지 등을 조성하는 국내 최초 100% 순수 민자 투자 사업이었으나 경기도의 협약 해지로 무산됐습니다. 현재 K컬처밸리 복합개발 사업 무산과 관련, 경기도와 사업시행자 CJ라이브시티 중 책임 소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경기도의회 여야가 공방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대규모 공연을 개최하고 외국인들도 그 표를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공연 표 1장으로 곧 인바운드 관광객 1명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한국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K-팝 그룹의 대규모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5만명 이상의 공연장이 사실상 없다보니 이로 인해 이러한 유명 K-팝 그룹들은 주로 해외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대규모 공연장 마련은) 국가적 관광산업 강화를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며 "대규모 공연장이 없다는 것은 외국 관광객을 국내에 유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식 및 사업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 시삽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무작위 투자보단 거점도시 중심 투자
최근 경남도와 부산시, 전남도 등은 공동으로 2030년까지 96개 사업에 20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남해안권 발전종합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남해 일대를 잇는 대규모 산업, 관광 개발 프로젝트인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안권 연계에 의한 광역 관광벨트 형성 개발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신, 거점 도시 중심의 관광 산업 육성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삼아 관광 산업을 순차적으로 발전시켜 나간 바 있는데요. 도쿄를 시작으로 오사카, 교토, 큐슈, 훗카이도 등 큰 도시를 중심으로 관광 산업 관련 투자를 하고 이 효과가 인근 소도시로 퍼져나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장수청 교수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지나치게 밀집된 외래 관광객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단순히 외래 관광객을 전국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주 인구가 충분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외래 관광객을 우선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치 기준을 잡자면 최소 100만에서 200만 이상 되는 도시를 중심으로 지방 관광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는데요. 그래야 확충된 교통, 숙박 인프라를 통해 주변 소도시로 관광산업이 확장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중앙 정부가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집중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어느 정도 도시의 인구 수가 확보가 돼야 관광 정책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수 밤바다와 해상 케이블카.(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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