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비용 4년간 930조…협치냐 대치냐 '갈림길'
사회갈등비용 2010년대 중반 이후 급증
"22대도 21대 도돌이표…정치 몰락 올 것"
2024-05-30 18:14:37 2024-05-30 18:14:3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포스트 87년 체제'의 분기점인 22대 국회가 30일 막을 올렸습니다. 이번 국회는 극단적 진영 논리를 넘어 '초당적 연합정치'와 '포용적 거버넌스'를 만들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신호탄인 이른바 '국정농단 게이트'를 기점으로 사회적 갈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후진적 한국 정치가 경제까지 갉아먹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3분의 1가량이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신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교통 표지판 너머로 본청에 걸린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탄핵 정국' 2017년 갈등비용 '역대 최대'
 
30일 본지가 국무조정실이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발주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3~2022년)의 사회갈등비용은 2326조6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술적으로는 매해 평균 232조6600억원이 사회적 갈등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셈인데요. 2023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2236조원의 10.4%에 해당하는 규모이자, 올해의 연간 국가 예산 656조6000억원의 약 36%에 상응하는 규모입니다. 
 
보고서에서는 1990년부터 2022년까지의 사회갈등비용을 산출했는데요. 1990년 1조4679억원에 불과했던 사회갈등비용은 2022년 37조8327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0년대(1990~1999년)에는 31조3453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2000년대(2000~2010년)에는 244조2534억원, 2010년 이후(2011년~2022년) 2352조4094억원 등 가파르게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2010년 이후 중에서도 2016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2130조1321억원이 발생해 사회적 갈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심화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갈등의 유형을 △환경 △이념 △노동 △지역 △계층 △교육 등 총 6가지로 분류해 살펴보면 지난 30여년간 이념갈등의 비용이 1981조2487억원으로 월등히 높았습니다. 흔히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노동(306조8402억원), 지역(76조5753억원) 등을 압도했습니다. 
 
이념갈등은 다른 유형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은 편이었는데요. 지속기간과 참여자가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서에서는 판단했습니다. 광범위한 이해관계자가 가치적인 측면에서 개입해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이 장기화된다는 진단인데요.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이 치러진 2017년의 갈등 비용은 1740조원에 달했습니다.
 
"우리 아니면 적"…최악의 국회 온다
 
보고서의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우리의 사회 현상을 대입해보면 더 쉽게 이해됩니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극단적 진영 논리가 중심에 있습니다. 0.73%포인트 차이로 갈린 지난 22대 대통령 선거도 '차악'을 뽑기 위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었습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갈등을 더 조장하는 행보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갈등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왔습니다. 고물가·고금리로 민생은 파탄 났고, 지난 29일 종료된 21대 국회는 법안 통과율 36.6%의 저조한 성적으로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얻었습니다. 여야가 충분히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이 있었음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로 1만6000여개의 발의 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폐기된 것입니다. 
 
22대 국회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대 의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개원 첫날부터 '입법 독주'를 예고하고 있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이를 저지하고자 합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22대 국회는 21대보다 더 험난할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그는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4년 내내 싸우기만 했을 뿐,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한 경우가 거의 없다"며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서로 죽이기 위해 안달 났다"고 직격했는데요. 이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라며 "정치 실종을 넘어 '정치 몰락'의 시간이 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저출생고령화, 기후위기 극복 등 정쟁과 거리가 먼 대의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는데요. 다만 "그 공을 누가 가져갈 것이냐를 놓고 기싸움을 하다 무산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1대 국회 막판 연금개혁안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음에도, 국민의힘이 받지 않은 것처럼 22대에서도 국가 백년 대계 정책들이 줄줄이 무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