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상회의, 뒷전으로 밀려난 'KT'
국민기업·AI 내세웠지만, 정상세션·장관세션에 이름 못 올려
총선 전까지 순방길 오르고 신년인사회·AI최고위 자리 등 챙겨
내부서도 총선 후 달라진 분위기…"현 정권과 연결고리 약해져" 평가
KT "사업 담당자들은 참석…공공부문 AI 알리기 앞장서고 있다" 반박
2024-05-23 15:43:07 2024-05-23 19:51:2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공지능(AI) 서울 정상회의에 국내외 AI 대표 기업 수장들이 찾았습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성 정상회의 후속으로, AI 주도권을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정부가 공을 들여온 자리입니다. 한국의 AI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참석 기업들도 엄선해 선별했죠. 국민기업이자, AI를 핵심 전략사업으로 끌고 있는 KT(030200)는 대표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현 정권과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정부 주도 행사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설 자리는 마련되지 않아, 뒷말이 무성하게 나옵니다.  
 
AI 서울 정상회의 첫째날인 지난 21일 저녁 8시30분부터 90분 동안 정상세션이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는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토대로,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미래로'를 주제로 진행됐는데요. 주요국 정상, 국제기구 수장과 빅테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을 대표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이해진 NAVER(035420)(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도국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리했습니다. 
 
22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진행된 서울 AI 정상회의 장관 세션에서 참석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전경훈 삼성전자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등이 자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행사 이튿날인 지난 22일 장관세션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미셸 더넬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 주재로 진행됐죠. 메타, 오픈AI, 구글딥마인드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배경훈 LG AI 연구원장, 전경훈 삼성전자 사장 유영상 SK텔레콤(017670)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선도국으로서 대한민국을 보여주기 위해 참가자들이 구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KT는  AI를 전임 대표 시절부터 주력으로 내밀고 있습니다.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에 이어 통신역량에 IT와 AI를 더한 AICT컴퍼니 비전을 내놓은 현재까지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것은 AI입니다. AI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KT는 지난달 4일 민·관 AI 최고위 거버넌스인 AI전략최고위협의회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김영섭 대표도 출범식에 자리했죠. 하지만 불과 한달여 만에 대외적으로 김 대표가 설 자리는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서울 AI 기업 서약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 가운데, 정상·장관섹션에 참석하지 못한 기업은 KT와 창업자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035720)가 유일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주도 행사에 참석 여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공식석상에서 회사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MWC 2024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KT 내부에서 초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본연의 자산인 데이터와 결합해 국가적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 아닌, 공공·금융·기업 분야에서 클라우드·IT 제휴로 사업모델을 잡은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KT 본연의 경쟁력이 훼손된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KT의 대외 입지가 좁아진 것은 결국 4·10 총선 영향이라는 시각을 내놓습니다. 김 대표는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을 배경으로 대표에 올랐다는 설이 파다했습니다. 김 대표와 이 전 실장의 친형은 고교 동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총선 참패의 영향으로 이 전 비서실장이 사임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정진석 비서실장이 취임하면서 김 대표가 정권과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것입이다. 
 
KT 한 관계자는 "정권과의 유착 관계로 대표에 선임됐지만, 결국 뒷배가 없어지면서 현 정권과도 멀어진 결과로 보인다"고 평했습니다. 
 
앞서 김 대표가 취임 이후 정부와 끈끈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기에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데요.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포함돼 동행하기도 했고요. 올해 초인 1월2일에는 경제계 신년 인사회 명단에 포함, 자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KT는 "시기나 일정의 문제로 정부 행사에 참여가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오승필 KT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는 행사에 참석해 국무총리와 자리했고, 배순민 KT AI 센터장(상무)은 한국정부와 함께 활용하고 있는 공공부문 AI에 대해 알리며 AI 경쟁력 알리기에 앞장섰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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