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최다' 거부권…권한남용 정점
윤 대통령, 취임 2년만 10번째 거부권
"사익 위한 권한 행사, 위헌이고 위법"
2024-05-21 17:29:27 2024-05-21 19:32:1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일명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재가하면서 권력남용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10번째(법안 수 기준)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외면하면서 권한 남용을 둘러싼 논란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시작은 '양곡관리법'
 
윤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최종 행사하면서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10번째 거부권을 발동하면서 '87년 체제'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사용한 정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로써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7일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의 재의결을 요구하는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봤을 때 채상병 특검법은 국회 재표결 이후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한데요. 다만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서 "총선의 민의를 따라야 한다"며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고, 여당 일각에서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또 한 번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거부권이 사용된 후 재표결에서 통과된 법안은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유일합니다. 지난 1월30일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에 되돌아온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여야 협의에 따라 4·10 총선 이후로 재표결 시점을 미뤄왔는데요. 여야가 일부 내용 수정에 합의한 끝에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재통과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안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쟁점 법안들은 모두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가장 먼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2023년 4월4일)입니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던 윤 대통령은 첫 거부권을 사용한 이후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간호법 제정안'(2023년 5월16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2023년 12월1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2023년 12월1일),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2024년 1월5일) 등에 연거푸 거부권을 사용했습니다. 
 
'쟁점 법안' 무조건 거부…윤석열식 정치 '민낯'
 
대통령의 거부권은 입법부인 국회에 대한 견제 수간으로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규정된 것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야당이 중심이 된 법안에 대해서는 반사적으로 거부권을 사용해 왔습니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사용 현황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인데요. 1987년 민주화 이후로만 놓고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7번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4번,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2번과 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단 한 차례도 법안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따지면,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43번의 거부권을 발동했습니다. 16년가량 재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횟수는 7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범야권에서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과도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권한도 한도가 있는 것"이라며 "공적 권한은 공익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 사익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면 그 자체로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일침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같은 자리에서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률을 대통령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계속 거부한다"며 "윤 대통령은 검찰독재에 더해 행정독재로 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 뒤를 따르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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