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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사직 초읽기…의개특위도 '반쪽'
가톨릭의대 교수, 26일 사직서 제출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총회서 휴진 논의
2024-04-23 16:38:34 2024-04-23 18:16:31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 현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의료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집단 이탈은 없더라도 의대 교수들이 매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는 '셧다운'을 고민하고 있어 순차적인 휴진과 수술실 마비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중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도 25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의사들의 불참에 반쪽짜리 특위로 전락할 우려만 커지는 모습입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에게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개특위에 참여해 달라 재차 촉구했지만,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은 23일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선 장·차관부터 치워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의정갈등의 해결이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의대 교수 휴진 논의…의료공백 우려
 
가톨릭 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23일 그동안 모아둔 교수들의 사직서 수백장을 오는 26일 학장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게 될 경우 의료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함께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 등 전국 주요 병원 의대 교수들은 총회를 열고 일주일 중 하루 요일을 정해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23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미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진료 중단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충북대 병원은 이미 지난 5일부터 금요일 외래 진료를 중단했고, 충남대 병원 비대위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와 수술을 휴진할 예정입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환자들에게 "사직 희망일이 8월 31일로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 선생님들께 환자분을 보내드리고자 하오니 희망하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달라"는 안내문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아신장분과는 체중 35kg 미만 콩팥병 환아를 대상으로 투석 치료를 하는데, 전국에서 만성 콩팥병으로 투석을 받는 소아 환자는 50~60명가량으로, 서울대병원의 소아신장분과 교수들이 절반 이상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곳이 전국에서 서울대병원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의사들과 달리 병원에서는 주 1회 휴진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휴진은 의사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날 충남대병원은 교수 비대위의 금요일 휴진 결정을 두고 병원의 공식 정책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정상 운영하겠다 밝히기도 했습니다.
 
의료개혁특위…의협 참여 불투명
 
이런 상황에 정부는 의료계에 25일 출범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달라는 말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주 발족하는 의료개혁특위에 꼭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의대증원 백지화, 원점 재검토만 반복하지 말고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대화에 응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중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는 의료개혁과 관련한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하는 위원회입니다. 특위 위원장으로는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내정됐고, 위원으로는 6개 부처 정부위원과 민간의원 20명이 참여합니다. 민간위원은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 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입니다.
 
그러나 의협과 대전협 등 의료계 주요 단체가 참여 거부를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반쪽짜리 특위로 전락할 우려가 큽니다.
 
정부의 계속된 특위 참여 요청에 임현택 차기 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의대 증원에 이어 복지부 장차관의 경질이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임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태의 원흉 박민수, 조규홍 그리고 김윤이 TV화면에서 본인은 전혀 책임이 없는 듯 여전히 얄미운 앵무새처럼 설치고 있는 것이 사태 해결의 걸림돌"이라며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19일 대구 한 대학병원 진료실 앞에 의사 파업으로 대기시간이 지연될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주 사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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