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습니다. 기업은 이중고 삼중고를 넘어 전방위적인 경영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22대 총선 압승으로 거야의 힘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야권이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산업계는 법인세와 상속세, 증여세 완화 등의 향후 처리를 기대했지만 해당 논의는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야당이 상속세 완화를 강력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범야권은 상속세 완화를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범야권이 추진해온 노란봉투법 같은 쟁점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설비투자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에 15%, 중소기업에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도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지만 처리 여부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정학적 위기도 글로벌 산업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TSMC가 대만의 대규모 지진으로 생산 차질 리스크를 겪는가 하면, 이란·이스라엘의 갈등으로 중동지역 정세의 불안정성이 고조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한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고객사인 빅테크가 몰린 미국에서는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인텔 등이 참전하는 파운드리 각축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주요 선진국들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은 '대기업 특혜'라는 반대에 막혀 보조금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삼중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상황은 기업 경영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기업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고용이 더 악화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반기업 정서에 기댄 제도들도 남발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진국들은 경쟁력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도 기업 유치를 위한 정부 지원을 특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2019년에 투자를 발표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아직도 용수와 전기 문제로 본격적인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산업 체력을 키우고 이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투명한 경제 전망과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해 한국 산업계가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는 산업에 대해 정부가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규제 혁파로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가 경쟁력을 이끌 산업계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정책 지원을 통해 산업계의 기를 살려주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것이 종국엔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길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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