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국내 유업계가 'A2 우유'를 앞세워 흰 우유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저출산으로 흰 우유 소비가 점차 감소하고, 우유 가격 인상 여파로 저렴한 수입산 멸균우유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업계가 위기 돌파구로 프리미엄 라인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출시회를 열고 'A2+(플러스) 우유'를 선보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진섭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은 "지난 2020년부터 80억원을 투자해 A2 유전자를 공급하고 형질검사를 실시했다"라며 "A2+ 우유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A2 우유는 우유 단백질을 구성하는 β(베타)-카제인 중 A2 타입만 함유된 우유를 말합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는 A1과 A2 β-카제인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요. A1은 A2에 비해 소화 과정에서 불편감을 일으키는 성분을 많이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경천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가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A2+ 우유 출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최경천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A2 우유가) 유당불내증의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우유를 드시기 머뭇거리는 분 중 상당수는 A2 우유가 유제품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한다"라며 "새로운 고객 창출로 우유 음용을 확대해 국내 소비 증가 및 낙농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우유는 연말까지 하루 평균 약 1900톤의 원유 중 50톤(3%)을 A2 우유로 생산하고, 오는 2030년 A2 원유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업계 점유율 1위의 서울우유를 비롯한 유업체들이 A2 우유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빠르게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서 유한건강생활은 호주산 A2 우유를 수입해 일찌감치 국내에서 판매 중입니다. 연세대학교가 운영하는 연세유업은 지난해 10월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도 A2 단백질 유전자를 가진 젖소를 선별해 생산한 A2단백원유 100%로 이뤄져 있습니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제주우유는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개발한 '제주 저지우유'를 출시했습니다. 털색이 갈색인 저지종 젖소는 영국 왕실 전용 우유를 만들기 위해 영국 해협의 저지 섬에서 자란 소 품종입니다. 국내에서 주로 사육하는 홀스타인종과 비교하면 우유 생산량이 적지만 유지방, 유단백 함량이 높고 체내 소화·흡수가 유리한 A2 유전자 보유 비율이 높아 고급 프리미엄 우유로 평가받고 있다는 게 제주우유 측 설명입니다.
(왼쪽)연세유업의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와 (오른쪽)제주우유가 출시한 '제주 저지우유' (사진=연세유업·제주우유)
국내 흰 우유 판매량이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유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백색시유 소매점 매출은 지난 2020년 1조8009억원에서 지난해 1조4459억원으로 약 20% 줄었습니다. 국내 전체 우유 매출 가운데 백색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서 67%로 3년 간 6%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이는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흰 우유 소비층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업체가 낙농가에서 사오는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우유 가격 인상도 흰 우유 소비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가 인기를 얻고 있죠.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우유 수입량은 2021년 2만3199톤에서 지난해 3만7361톤으로 61% 확대됐습니다.
유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 소비가 늘어나긴 어렵지만, 사라질 수 있는 제품도 아니다. 수입 멸균우유가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도 없다"라며 "소비자들이 A2 우유의 장점을 인식하면서 국내 프리미엄 우유 시장은 점차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