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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과 기업)"국경 없는 지재권 분쟁…한국형 디스커버리로 권익보호 필요"
박환성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지식재산권 분쟁·자문 전문가
애플·삼성 특허 침해 소송 이후 국내 대기업·국외 분쟁도 증가
IP 보호 위해 개발 과정 확보 필수…디스커버리 도입 검토해야
2024-04-15 06:00:00 2024-04-15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총성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아이디어, 발명과 같은 자산은 그 자체 만으로도 곧 사업이나 다름이 없어진 까닭입니다.
 
과거 7년간 벌어진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분쟁, 보툴리눔 톡신을 둘러싼 메디톡스와 휴젤 간 소송,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효성첨단소재의 하이브리드타이어코드(HTC) 특허 침해 소송까지 국내외 시장 곳곳에서는 IP를 둘러싼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무법인 광장 지식재산권 그룹에서 법률분석 및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 박환성 변호사(디스커버리팀장)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등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자산 가치가 커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지재권 보호제도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미국 법원에서 특허소송과 관련한 분쟁을 다수 다뤘던 박 변호사는 지난 2009년 미국 벌크용접봉 제조업체인 링컨일렉트릭이 현대종합금속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소송에서 소송 당사자 양측이 재판에 앞서 미리 증거를 공개하거나 전문가의 현장조사를 통해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는 디스커버리를 활용해 소송 취하를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또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인수자문을 비롯해 IP분쟁에 대응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과 상표·도메인·프랜차이즈와 저작권 등의 사건에서 아식스(Asics), 프라다(Prada),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LG CNS, 대한항공, 롯데쇼핑 등을 대리해 자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지식재산권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활용해야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과거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 보듯 특허는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해졌고, 나라별로 특허소송 방식이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지식재산권을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박환성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지식재산권 분쟁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광장)
 
다음은 박환성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의 일문일답입니다.
 
-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 추세를 평가한다면.
과거 대형 IP분쟁은 외국의 권리자와 한국의 침해자 간 분쟁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한국의 대기업 간 국내외 분쟁이 많이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 손해배상액과 처벌 수위가 우리보다 높은 미국에 제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해외 분쟁이) 디스커버리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글로벌 분쟁을 비롯해 메디톡스와 휴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효성첨단소재의 특허 침해 소송까지 특허 논쟁이 잇달아 나왔고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분야에서는 국내외 납품업체 간 분쟁이 늘고 있고 한국기업이 중국기업 등 외국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사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 디스커버리 제도 필요성과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한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국회에서도 전문가 사실조사제도나 증언녹취제도 등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사자 열람권으로 인한 영업비밀 침해나 미국처럼 디스커버리로 인한 소송비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낮은 권리자 승소율과 적은 손해배상액도 국내 지식재산소송의 문제로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술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점 가운데 권리자가 침해자의 침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침해 사실과 침해액 입증에 필요한 증거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높은 특허 무효율과 함께 권리자가 침해소송에서 승소하기 어려운 주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도입의 핵심은 증거를 보존하는 것이지만 국내는 항소심에서도 증거를 낼 수 있어 제도 안착에 있어서 한계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권리자, 기술을 충분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 맞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요합니다.
박환성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사진=광장)
- IP침해를 소명 혹은 방어하기 위해 기준이 되는 요소나 쟁점을 꼽는다면. 
침해 입증과 방어에서는 대상 제품이 해당 특허의 권리 범위에 속하는 지가 쟁점이 됩니다. 특히 B2B 제품의 경우 권리자가 침해자의 제품을 입수하기 어려워 침해 입증이 어려우므로, 침해 제품의 사전 확보가 관건이 될 수 있고, 소송절차에서 침해자로 하여금 자신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제시하도록 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침해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특허의 유효성에 대해 사전 검토를 해 상대방의 무효 주장에 대비해야 합니다. 한편 경쟁사의 IP침해 주장을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차후 특허나 영업비밀 등 IP침해 관련 법적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업의 원활한 진행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기술개발이나 특허매입을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또한 IP분쟁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업공개나 인수합병(M&A) 시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분쟁이 있다면 가치 산정에 미칠 영향은.
IP에 대한 평가 방법은 수익접근법, 로열티공제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해당 IP로 인해 어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는지, 그 수익에 해당 IP가 기여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평가 기준입니다. IPO나 M&A에서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은 기업 가치산정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마이너스 요인도 됩니다.
 
만약 해당 기업이 침해 소송을 당한 피고의 입장이고 패소 가능성이 높다면 해당 기업의 가치는 감소할 수 있습니다. 반면 침해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입장이고 승소 가능성이 높다면 해당 기업의 가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사업에 대한 진입장벽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특허만 인수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 해외 기술 유출 등 주요 국가 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해외 특허 분쟁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데 기업의 대비책은 무엇이 있나요.
해외에서 기술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를 등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허는 속지주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EU든 미국이든 해당 비즈니스를 하는 지역에서 등록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경쟁사로부터 제기되는 특허소송에 대응하기 위해선 FTO(특허 침해 분석)나 회피설계 등을 통해 자사의 기술이 타사의 특허권 범위를 침해하는 지를 살펴서 사전에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방어용 특허를 매입하는 등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동시에 해외분쟁시 디스커버리에 대응할 문서도 관리해야 합니다. 영업비밀이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선 전직자와 기술 개발 이력 관리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특허 소송은 한국과 달리 디스커버리제도와 배심원 제도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하며 분쟁 시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변호사의 조력도 필요합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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