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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업은 지주계열 '트래블 카드' 수익원 찾기 분주
KB국민·하나·신한 등 여행 특화카드 출사표
"당장 수익보단 충성고객 확보 차원"
2024-04-09 16:18:12 2024-04-09 16:35:3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트래블 카드를 내놓고 있는데요. 같은 지주 계열의 은행과 연계해 환전수수료 무료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여행 특화카드로 끌어들인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하고 고정 수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도 읽힙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해외결제 수수료 면제, 환율 100% 우대 등을 내세운 해외 특화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설 연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귀경객 및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뉴시스)
  
환전 수수료 무료는 기본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외 카드결제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카드업계가 해외 여행객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은행과 협업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요. 신용카드의 경우 해외 결제 시 이용 수수료 면제, 체크카드의 경우는 환전 수수료 무료를 기본적으로 제공합니다.
 
신한카드가 신한은행과 출시한 '신한카드 SOL트래블 체크', 하나카드의 해외여행 서비스인 '트래블로그'가 외화 환전과 해외 결제, 출금 수수료 무료 등 혜택을 제공하는 데 이어 후발주자격인 KB국민카드의 'KB국민 위시 트래블' 신용카드도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 해외 이용 환율 우대 100%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수수료 면제·환율 우대 등 비용을 투입해가며 해외여행객을 겨냥한 혜택을 강화하는 이유는 장기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당장의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이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고객을 확보해 향후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포화된 국내 카드 시장에서는 타사 고객을 얼마나 가져오느냐 싸움"이라며 "특히 은행의 외화계좌를 연동하는 체크카드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는 두 금융사 다 새 고객을 유입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추후 충성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 이용금액이 증가하면 카드사는 그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해외 카드결제 이용량은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누적 기준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개인 해외 신용판매 금액은 2조37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가량 증가했습니다. 직불·체크카드의 경우 같은 기간 27% 가량 늘었습니다.
 
카드사들은 해외여행 특화카드로 당장의 수수료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점포에서 점주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결제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충성고객 전환 관건
 
다만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속속 여행 관련 특화 카드를 내놓는 것에 대해 카드사 조달 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수수료 무료나 환율 우대 등 과도한 마케팅으로 역마진이 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이후 금융지주사의 외환 수수료 이익이 일제히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외환 수수료 이익은 1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고, 신한금융의 경우에도 전년 대비 7.4% 감소한 212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외환 수수료이익이 감소한 데에는 고객 유입을 위한 출혈경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때문에 해외여행 특화카드가 여행 기간 일회성 이용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는 고민도 있습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연계된 카드사들이 여행 특화 카드 시장에 들어오면 환전 수수료 무료는 기본 서비스로 제공하는 상황"이라며 "수수료 등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신규 고객 유치 측면에서 의미가 큰 상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일회성이 아닌 여행 고객이 카드 소비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여행특화카드에 일상 소비 관련 혜택을 추가하면서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KB국민 위시 트래블 카드는 국내에선 고객들이 자주 쓰는 일상영역인 온라인 쇼핑, 온라인 패션, 커피, 편의점, 영화관 등 5개 영역에서 KB 페이(Pay)로 결제 시 10% 할인을 제공하는데요. 국내 여행도 감안해 온라인 항공, 온라인 면세점 5% 할인(KB Pay 결제 시), KB손해보험 다이렉트 여행자보험 10% 할인(KB Pay결제 시), 철도·고속버스 10% 할인 등 여행 관련 업종 혜택도 제공합니다.
 
신한 쏠 트래블 체크카드의 경우 국내 이용 서비스로 4대 편의점 5% 할인과 대중교통 1% 할인을 제공합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국내 여행과 생활업종 등에 대한 혜택도 추가로 제공해 지속적인 카드 사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여행 특화 상품일지라도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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