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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13년차 기자의 6번째 선거
2024-03-31 06:00:00 2024-04-02 17:59:08
13년차 기자입니다. 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는 기자로서 취재하는 6번째 선거입니다. 그간 2012년 18대 대선,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7회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 2022년 20대 대선 등을 현장에서 바라봤습니다. 때론 정치부 기자로, 때론 선거 태스크포스(TF)에 배치돼 취재를 했습니다. 물론 직접 투표에도 참여, 국민으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언론계 선배들은 선거를 직접 취재하는 건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만나기 힘든 정치인과 후보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정치 현안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치인과 후보들에게 수시로 질문하는 건 오직 선거 취재를 하는 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취재하는 선거가 많아질수록 정치부 기자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정당이 선거를 준비하고, 공천을 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그 자체는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다툼과 갈등을 지켜봐야 하고,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과 그들의 몸짓을 추적하면서,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해석하고, 사회 각 분야에 미치게 될 파장을 따라가는 건 여간 머리 아픈 작업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정치일까. 저것이 민의로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의 참모습일까.
 
그래서 선거 때가 되면 정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공자는 '정치는 정명(正名)'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뜻입니다. 명분을 바로 세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에 맡은 이름을 부여한다는 의미에선 제대로 된 역할을 맡긴다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자가 말한 정명은 자원과 가치를 올바로 배분하는 일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명분을 세우고 제 역할을 맡기기 위해선 위정자부터 현명해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공자의 정명은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유사한 면도 많습니다. 반면 정치는 권력을 얻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선 냉혹하고 때론 비윤리적 방법까지 동원해야 한다는 사상도 있습니다.  
 
별안간 '공자왈' 이야기를 한 건 정치부 기자로 우리 정치를 지켜봤을 때 정상적·합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거에선 그런 일들이 유독 심했습니다. 양보하고 경청하고 다독였으면 될 일인데 타협은커녕 죽기로 싸웁니다. 급기야 서로 고소·고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한 막말도 예삿일입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열흘 후면 선거가 끝납니다. 열흘은 더 정치인과 후보들을 만날 수 있고, 질문을 할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선거 판세나 민심, 지역구 현안과 정치 이슈들을 주로 질문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에 한 가지 질문을 더 하려고 합니다. "후보님에게 정치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요? 왜 정치를 하려고 합니까?"
 
최병호 탐사보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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