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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이종섭 도둑 출국…민주, '탄핵카드' 맞불
이재명 "국가 권력 이용한 범인 은닉…대국민 선전포고"
이준석 "'런종섭'" 일침…대통령실 "이종섭, 수사 협조 약속"
2024-03-11 17:53:27 2024-03-11 18:46:3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주호주 대사로 내정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났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외압 의혹 중심에 선 이 전 장관이 법무부 출국금지 조치 해제 이틀 만에 호주로 향하자, 범야권은 일제히 그의 '도둑 출국'을 비난했는데요. 특히 민주당은 이를 "국가기관이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초유의 사태"로 규정, 외교부와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이종섭 도둑 출국' 논란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 출국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섭, 임명부터 출국까지 '일사천리'
 
이 전 장관은 지난 10일 오후 7시51분 호주 브리즈번행 대한항공 KE407편을 타고 출국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의 출국 저지를 위해 모인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프리미엄 체크인 구역에서 대기 중이었지만 이 전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들어갔는지, 이미 사전에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특혜 조치를 통해 출국 조치를 마쳤는지 사싱상 비행기 탑승을 마무리했다"며 "이 과정도 분명하게 밝혀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입니다. 지난해 10월 그가 국방부 장관직을 내려놓은 것도 해당 의혹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이 전 장관을 지난 4일 신임 호주대사로 임명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대사 업무에 필요한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호주 정부로부터 받고 외교관 여권도 발급했는데, 올해 초 출국금지가 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습니다. 대통령실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상황이라 몰랐다"는 입장을 냈지만, 공수처 출석(7일),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8일), 출국(10일) 등 일련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사실상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킨 것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신임장 수여 등 공식 절차도 생략한 채 급히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탑승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언론을 향해서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커지는 윤 대통령 책임론…용산 "수사 방해 아냐" 반박
 
정치권에서는 정부를 향한 규탄의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 전 장관의 출국은 국가 권력을 이용한 범인 은닉, 범인 해외 도피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가의 기강, 헌정질서가 통째로 무너졌다"며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켜 윤석열 대통령 방탄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국 은폐·도피의 주인공이 대통령이란 사실을 국민들에게 증명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종섭'이라 불릴 만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법과 원칙의 마지막 수호자처럼 행세하더니 뭐가 무서워 이렇게 무리한 도피 고속도로를 깔아주냐"며 "오늘부터 '런종섭'씨는 모든 범죄자들의 롤모델이 됐다"고 비꼬았습니다. 
 
새로운미래에서도 "인사 검증 단계부터 출국 금지와 해제, 4시간 약식조사 등 법무부, 외교부, 공수처의 방조와 공모가 없었다면 어떻게 단 6일 만에 속전속결로 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도망갈 수 있었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국혁신당 역시 "대통령과 외교부, 법무부가 하나가 되어 핵심 피의자 이 전 장관의 국외 출국을 돕는 것은 '수사를 방해할 결심', '범인을 도피시킬 결심'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날 오후 박은정 전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김형연 전 법제처장이 과천 공수처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심우정 법무부 차관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민주당은 '탄핵'으로 응수할 예정입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 전 장관이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부, 법무부 장관 및 관계자 전원을 직권남용과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유관 상임위를 소집해 관련된 내용을 따지고 법적 검토 이후에 외교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해병대원 특검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있다"며 "총선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파문이 일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서 소환한다거나 수사가 필요해서 와야겠다고 하면 언제든 오겠다고 약속하고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사를 방해한다거나 수사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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