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임박한 '과대포장 규제'…영세상인 타격 우려
포장 횟수 제한하고, 빈 공간 줄여야
유통업계 "세부 지침 없이 대응 어려워"
소규모 온라인몰 타격…"컴플레인 증가할 것"
2024-02-29 16:46:50 2024-02-29 18:48:22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업계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제품마다 포장 방식이 천차만별인 만큼 업계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충분한 대응 기간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정부의 세부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포장에 자금과 인력 투입이 쉽지 않은 소규모 온라인몰 등 영세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9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 30일부터 환경부령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본격 시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2022년 4월 개정된 이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쳤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에게 제품을 보내기 위한 일회용 포장은 포장공간비율 50% 이하, 포장 횟수 1차 이내로 제한됩니다. 포장공간비율은 포장 용기에서 제품 체적을 제외한 공간을 말합니다. 제품 크기에 비해 포장을 과도하게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가로, 세로, 높이의 합이 50㎝ 이하인 포장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며, 소비자 신고로 규제 위반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그동안 환경부는 업계와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으나, 제품별 규제 적용 범위나 예외 사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송에 필요한 보랭재 등은 제품 일부로 간주해 택배 포장공간비율에서 제외할 방침이라는 내용만 발표했죠.
 
대응책 준비기간이 촉박하다는 업계 목소리에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8일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폐기물을 줄인다는 목표를 완수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예정대로 규제 시행을 예고했습니다. 세부 지침 마련에 대해서는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의 한 우편물류센터에서 물류 관계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규제로 직격탄이 예상되는 유통업계는 과대포장 규제 취지에 동의하지만, 제도 시행이 임박한 데다 대안 마련이 만만치 않아 애가 타는 실정입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지침에 맞춰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하고, 새 포장재를 만들어야 해 복잡하다"라며 "신선식품이나 파손 가능성이 높은 상품은 예외 조항이 절실한 반면 규제가 불분명하다 보니 대응책을 세우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남은 두 달의 시간은 규제에 대비하기에 터무니없이 짧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다른 온라인몰 관계자는 "품목별로 완충재, 보랭재 등 제품 이외 들어가야 하는 것들이 다양해 촘촘한 지침이 필요하다"면서 "두 달 안에 준비하기에 사실상 힘들고, 제도 정착까지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나마 대형 업체들은 포장 관련 부서를 따로 두는 등 규제에 대처할 여력이 있지만 영세 업체들은 포장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은 온라인몰의 경우 시간과 비용이 더욱 들 수밖에 없다"며 "배송이 중요한 식품업체들은 소비자 컴플레인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택배 과대포장 규제의 배경은 코로나19 사태에 있습니다. 오프라인 소비 활동 제약에 따라 온라인몰이 급성장했고, 택배량도 덩달아 급등했는데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생활물류 택배 물동량은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 27억8980만 박스에서 △2020년 33억7373만 박스 △2021년 36억2967만 박스 △2022년(1~11월) 37억3285만 박스로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쓰레기 절감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실천 가능한 합의점을 점진적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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