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도지사 이재명과 당대표 이재명
2024-03-04 06:00:00 2024-03-04 06:00:00
2016년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전담(마크)했습니다. 마크맨은 한 유력 정치인을 밀착해 취재하는 전담 기자를 뜻합니다. 오랜 시간 이 대표를 취재하면서 그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많은 걸 봤고 기록했습니다. 최근 이 대표와 민주당을 둘러싼 공천 파동 논란을 지켜보자니 과거 취재한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던 2020년 7월이었습니다. 이 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도내 4급 이상 공무원들은 실거주용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처분하라고 권고였습니다. 말만 '권고'지 사실상 '경고'였습니다. 다주택 처분을 위한 시간을 줄 테니 그 안에 조치하지 않으면 승진과 전보, 재임용 등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겁니다. 
 
당시는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문제가 불거져 야당으로부터 공세에 시달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쩔쩔매고 있을 때 '일개' 도지사가 선제적으로 '다주택 자진 처분'을 단행한 겁니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논란거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도지사라고 할지라도 소속 공무원에게 주택을 처분케 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는 엄포를 놓은 건 개인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이 지사의 정책개발에 깊숙이 관여한 한 인사에게 연락해 이런 점을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우리도 논란이 있을 걸 알고 있고, 이 지사에게 우려를 전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지사가 이렇게 답변했다는 겁니다. "최고 결정권자인 도지사가 그런 일도 못 해내면 도민에게 어떻게 신뢰를 얻겠느냐, 도민이 느낄 위화감을 없애고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대의를 얻을 수 있다면 밀어붙이겠다. 비판은 내가 감수하겠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습니다. 이 지사는 도민을 넘어 국민의 열화 같은 지지를 얻더니 대선후보가 되고, 제1야당 대표까지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사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목전에 두고 공천 파동을 겪고 있습니다. 자기편(친이재명)을 꽂고, 다른편(비이재명)은 공천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게 주된 비판입니다.
 
이 대표로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공천 파동은 보수정당과 진보정당할 것 없이 선거철마다 으레 겪는 진통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는 아쉽습니다. 이 대표는 그간 '뭐가 문제냐', '탈당은 자유다', '경기 운영 문제가 아니다', '언론이 문제다'라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공천 파동의 본질엔 입을 닫고 귀를 막고 있습니다. 공천 배제된 이들을 위한 위로, 다음 선거를 기약하자는 독려도 없습니다.
 
이 대표의 지금 리더십은 독단적 리더십입니다. 도지사일 때는 소속 공무원들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게 가능했을 겁니다.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는 대의와 명분이 충분했고, 상명하복의 공무원 사회였으니까요. 하지만 정당은 민주적 절차로 운영됩니다. 궁금합니다. 혹시 당대표가 '그런 일'(공천)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이번 공천 파동을 통해 얻는 대의는 무엇입니까? 그런데 정작 왜 공천에 관한 비판을 마땅히 감수하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겁니까?
 
최병호 탐사보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