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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키우려는 당국…주저하는 보험사
금융권 중 은행·카드·증권만 참여
2024-02-23 06:00:00 2024-02-23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금융기관의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가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가 출시 6년째를 맞았지만 보험사 참여는 여전히 저조합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위해 오픈뱅킹에 참여하라는 독려하고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 정보 개방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참여 매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입니다. 
 
교보생명 1곳 유일 참여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픈뱅킹에 참여한 보험사는 교보생명 한 곳뿐입니다. 교보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오픈뱅킹 서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앱으로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회사의 계좌조회·간편결제·송금·자산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망을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즉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금융결제 기능을 표준화된 API( 형태로 제공하면, 이를 기반으로 핀테크 서비스 출시가 가능한 겁니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 앱에서 하나은행 계좌 조회를 하고, KB국민카드 청구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인데요. 보험사가 오픈뱅킹 서비스에 진입하면 마찬가지로 은행 앱에서 보험료를 조회하고, 보험사 앱에서 은행 이체 업무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오픈뱅킹은 정부가 2019년 본격 실시한 뒤로 은행·금융투자기관·카드사·핀테크사 등 7종류의 기관 99개사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오픈뱅킹 기능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용 고객을 개인에서 법인으로 확대하고, 웹과 모바일앱 등 온라인에 한정했던 이용 채널을 은행 영업점으로 늘리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오픈뱅킹 서비스가 6년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보험사의 참여는 저조합니다. 금융당국의 참여 권고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픈뱅킹이 출시된 당시 보험업계에서는 경쟁사가 공유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상품을 개발할 경우 경쟁사로 고객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보험사들의 오픈뱅킹 참여 저조는 '오픈파이낸스'로의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픈파이낸스란 현재 오픈뱅킹의 개념을 여타업권, 상품 추가, 기능확대 등을 통해 포괄적으로 확장한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오픈뱅킹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보험사를 오픈뱅킹으로 끌어와 은행 앱에서 보험정보나 보험대출 등의 정보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오픈파이낸스는 다시 보건의료·교통·교육·고용·복지·부동산 등을 위한 오픈데이터로 연장됩니다.
 
 
오픈뱅킹 참여기관 현황. (사진=금융결제원)
 
"마이데이터 있는데 굳이 왜?'"
 
보험업 특성상 판매자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은행이나 카드, 증권은 뱅킹 업무와 연관성이 존재하지만 보험사의 업무는 결제 등 뱅킹과 아예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을 제외하고는 보험사가 소비자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디지털플랫폼 참여에 전혀 소극적인 것도 아닙니다. 오픈뱅킹은 금융회사의 선택적 참여가 가능하되 많은 정보를 타사와 공유해야 한 반면 마이데이터는 결제 기능은 없지만, 고객 정보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데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로 고객 정보 분석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오픈뱅킹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지는 셈입니다.
 
마이데이터는 지난 202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탄생했고, 2022년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모든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분석한 뒤 맞춤 상품을 다시 고객에게 추천해 주는 기능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는 보험사에서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제 막 시작한 보험 플랫폼의 경우는 현재까지는 보험사들이 신시장으로 보지 않는 자동차 보험에 한정됐지만 마이데이터와 연계할 경우 실손보험이나 여행자보험 등 다양한 수요를 유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오픈뱅킹 서비스 대상을 법인으로 확대하고, 오프라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이데이터 2.0 추진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인데요. 오픈뱅킹에서 오픈파이낸스, 오픈데이터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픈뱅킹·마이데이터 기능 확대와 금융소비자 권리 강화를 통해 균형 잡힌 '오픈 파이낸스' 인프라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픈뱅킹 개념도. (사진=금융결제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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