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AI반도체 시장, 기회로 만들려면
2024-02-20 06:00:00 2024-02-20 06:00:00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AI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겠다면서 사상 최대인 7조달러(약930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습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는데요.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올트먼의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전세계 반도체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체 매출액이 5270억달러(약 701조원) 수준이었단 점에서 시장의 판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투자 유치입니다.
 
업계에선 AI반도체 시장이 2030년까지 2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수년간 AI 반도체는 시장의 메가트렌드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향후 오픈AI가 AI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한다면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AI 반도체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 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는 오픈AI가 AI 모델의 대규모 학습에 따른 운용비 증가와 전력 소모에 따른 에너지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7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1400억 달러 규모로 6년 만에 20배 급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의 판이 커지면서 업계의 연합 전선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입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재편 속에 올해 주요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오픈AI 등 반도체 후방 시장 업체들의 전방 시장 진출을 위한 연합 전선 구축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칩워'(반도체 전쟁)에서 어떤 포지션을 점하느냐가 중요해졌는데요. 반도체 주권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 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수년 안에 10여개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한 뒤 대만 TSMC에 운영을 맡기겠다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업계에선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과  TSMC의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 등으로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지지부진하는 등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가 적잖다는 지적입니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난 2019년 공장 부지를 선정했지만 토지 보상, 용수 인허가 등에 발목이 잡혀 2027년에야 가동이 예상됩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최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AI와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사업에 종사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라고 적었는데요. "빠르게 진화하는 이 시대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당황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에선 이미 자신감을 갖고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파격적인 규제혁신과 세제 혜택으로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임유진 재계팀장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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