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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위험의 외주화,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2024-01-02 06:00:00 2024-01-02 06:00:00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저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집니다. 첫 날, 첫 주, 첫 달이 1년 중 어느 때보다 기대와 희망, 각오가 넘치는 이유입니다. 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는 지난해 여러 기획 기사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현안은 해가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꾸준히 추적 중에 있습니다. '용주골'로 알려진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집창촌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업소는 100여곳, 성매매 여성은 200여명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파주시는 용주골 폐쇄를 추진 중입니다.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와 자립을 돕는 정책도 법제화, 2년간 약 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업소와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권을 이유로 용주골 폐쇄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용주골 폐쇄가 인신매매 등 성범죄를 없애고, 연풍리 인구 유출을 막고, 통일 관문 파주시의 발전과 미래세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역민 분위기도 용주골을 폐쇄하자는 쪽으로 모아집니다. 
 
새해엔 근로장려금 문제도 손질이 필요합니다. 근로장려금이란 일은 하되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사업자를 돕고자 정부가 연간 최대 33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2009년부터 시행됐는데, 역대 정부는 복지 차원에서 규모를 매년 키웠습니다. 2023년도 근로장려금 수급자는 470만가구, 총지급액은 5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반면 제도에 대한 관리·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근로장려금 지급은 국세청이 전담하지만, 직원 1명당 수급자 1000가구 이상을 관리해야 합니다. 혹 문제가 생겨도 현장에서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런 탓에 세무사와 인력사무소, 브로커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돈을 타는 부정 사례가 빈번합니다. 정부는 제도의 허점을 알고 있음에도 자칫 제도를 손질할 경우 고용률이 떨어지고 선거 때 표심을 잃을까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내부 폭로까지 있었습니다. 근로장려금 제도의 빈 틈을 메우고,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없애 복지와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새해 가장 중요한 과제를 꼽으라면 단연 산업현장의 안전 강화입니다. 뉴스토마토는 2023년 마지막 탐사보도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 시리즈를 다뤘습니다. 출근 후 산재를 당해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다뤘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했고, 이는 하청 노동자들에 집중됐습니다.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자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간 전국의 노동자 459명을 만나 설문조사도 실시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삶의 질이 개선됐거나 현장에서 재해가 줄었다는 답변은 20%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역대 선거마다 산업현장 안전을 강화하고 노동자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공약은 단골 메뉴였습니다. 정치권도 철마다, 때마다 산업현장을 찾아 노동자를 위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자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지를 잃은 탓에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솜방망이로 전락했습니다. 기자 역시 노동자입니다. 새해엔 노동자들이 더 안전하고 밝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최병호 탐사보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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