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을 교환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이 3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 우리 정부는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다는 방침입니다.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으로 불리는 9·19 군사합의를 남측이 먼저 폐기한다면 북한에 도발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더욱 가속할 전망입니다.
북, 3차 위성 도발 땐…서·동부 10∼15㎞ 공중정찰 재개
21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계획 통보와 관련해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밝힌 '필요한 조치'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입니다. 지난 20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9·19 군사합의에 대해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지상과 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MDL로부터 서부지역은 10㎞, 동부지역은 15㎞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는데 우리 군은 해당 지역에서의 비행이 불가해 감시·정찰이 제한된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라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 정지한다면 대북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부분을 건드릴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MDL의 서부지역 10㎞, 동부지역 15㎞ 일대의 공중 정찰을 재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북한의 미사일 및 무력 도발 일지. (그래픽=뉴스토마토)
북 ICBM 고도화 예고…다시 부상한 '중국' 변수
지난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당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은 최근까지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에 침묵해 왔는데요.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 폐기 절차에 들어가면 북한이 이를 빌미 삼아 무력 도발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9·19 군사합의 폐기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도발할 것"이라며 "힘이라는 원칙으로 맞대응하면서 남북한 경쟁은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9·19 군사합의 폐기 이후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지점은 러시아의 기술 자문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위성 기술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해당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무기 기술과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및 무력 도발이 고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9일 KBS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찰위성 윗부분에 폭탄을 넣으면 ICBM이 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위반이며 무기화에 있어 로켓 기술의 진전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대응해가겠다는 입장인데요. 결국 한미일 대 북러 구도에서 '중국 역할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보유한 만큼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난 9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공통된 구상입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앞선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들어야 한다"고 밝히며 한반도 문제 관리에 거리를 둔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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