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글, 유증 또 연기…2차전지 사업 의구심 증폭
'텐배거' 자이글, 발행가 밑도는 주가에 유증 철회 가능성
무자본 M&A와 유사…기대감 속 일부 세력 700% 평가익
유증 4차례 연기…'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우려↑
2023-10-17 06:00:00 2023-10-17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자이글(234920)이 미국 2차전지 신사업 발표와 함께 추진한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는 미국 펀드의 유상증자 납입이 4차례 연기되고 있어섭니다. 유증 계획이 추가로 지연될 경우 코스닥공시규정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도 있습니다. 급등했던 자이글의 주가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어 유증 철회에 대한 우려까지 나옵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이글에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했던 ‘XT ESS 펀드’의 유증 대금 납입일이 지난달 25일에서 내달 25일로 연기됐습니다. XT ESS 펀드는 XT스팩펀드가 지분 99%를 보유한 곳으로 자이글의 미국 2차전지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펀드입니다.
 
자이글은 미국 합작벤처(JV) ‘자이셀’을 통해 2차전지 사업 진출을 계획 중입니다. 자이셀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사로 알려져 있는데요. XT스팩펀드가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XT볼트와 자이글이 각각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이글은 지난 7월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 30%를 확보했죠. XT 계열 펀드가 2차전지 사업을 주도하며 자이글 자금 수혈까지 맡고 있는 겁니다. 
 
자이글의 유증 납입 연기는 이번이 4번째인데요. 자이글 2차전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펀드의 유증 납입이 지연되면서 자금조달 규모 축소나 유증 철회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자이글의 주가가 지속 하락했기 때문인데요. 자이글이 최초 유증을 공시했던 지난 4월4일은 자이글 주가가 고점(3만8900원)에 올랐을 때입니다. 
 
올해 3월 4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자이글 주가는 2차전지 사업 진출 소식과 함께 지난 4월4일 3만8900원까이 오르며 10배 가까이 뛰었죠. 지난 16일 자이글 종가는 1만6300원으로 유상증자 발행가(1만7040원)보다 낮아진 상황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자이글의 자이셀 지분 인수도 현물출자(설비)였고 설비 인수 당시 자금 마련 역시 금융권 차입을 통해 이뤄졌다”면서 “이는 페이퍼컴퍼니나 사모펀드를 앞세운 무자본 M&A(인수합병)와 흡사한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차입금 상환을 위해서라도 자금조달은 필요하겠지만, XT 펀드 입장에서도 시장가 대비 비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할 메리트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자이글의 자이셀 지분 인수는 무자본 M&A와 유사한 모습이 보입니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씨엠파트너로부터 양수한 경기도 평택 소재 2차전지 제조시설 현물출자를 통해 자이셀 지분을 인수했는데요. 당시 인수자금(74억원) 마련을 위해 63억원을 은행에서 차입했습니다. 
 
자이글의 자이셀 지분 인수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막대한 차익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자이글이 현물출자자산을 획득하던 지난해 12월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케이아이비 프라이빗에퀘티(KIB PE)가 자이글 주요주주로 등장했는데요. KIB PE는 자이글 주가가 고점에 올랐을 때 장내매도로 지분을 낮췄고 일부 지분은 장외매도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넘겼습니다. KIB PE의 매수가격(4000~5000원)을 기준으로 수익률은 700%에 달합니다. 
 
자이글이 유증 납입일을 계속해서 연장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최초 유증 공시 기준 납입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최초 납입일(5월15일) 기준 연장이 가능한 날짜는 내달 15일까지입니다. 추가로 납입일이 연기될 경우 불성실공시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죠.
 
자이글은 유증 철회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이글 관계자는 “2차전지 사업 관련 진행내용이나 결과를 공시 전, 사전에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투자자 외국환 자본금 송금 등의 일정으로 납입이 지연되고 있지만, 유증 관련 업무를 계속해서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1월15일까지 납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는 불성실 공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자이글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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