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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오를만큼 올랐다?
금리인하 멀어졌지만 더 오르면 매파도 부담
ECB 금리 동결 전망…엔달러·유가 하락
2023-10-07 02:00:00 2023-10-07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발 금리 상승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공포를 키웠습니다.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주가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다만 금리 인하는 예상보다 미뤄지겠지만 추가 상승 우려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지난주 긴 추석 연휴를 마친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채권금리가 급등했고 주식시장은 급락했습니다. 한국이 멈춰있는 사이 미국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의 불안감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채 30년만기 수익률은 장중 5%를 돌파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7년 이후 미국채 30년물이 5% 선을 넘어선 것은 16년만에 처음입니다. 물론 장중 5.011%로 고점을 찍고 5% 아래로 내려와 종가는 4%대를 기록했으나 2009년 6월, 2010년 4월, 2011년 2월 각각 한 차례씩 5% 선에 접근했을 당시보다 높은 수준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채 10년물도 3일과 4일 연속으로 장중 4.8% 넘었다가 4.7%대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단기물은 장기물과 판이한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채 2년물은 2일 5.03%에서 3일 5.15%로 올랐으나 30년물이 급등한 4일엔 5.05%로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2년물 금리는 일찌감치 지난 3월에 5%를 돌파한 적이 있고 8월 이후 5% 위에 안착하는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금리 장기화 우려 확대
 
미국채가 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나타낸 것은 금리를 자극한 주범이 ISM제조업지수와 구인이직보고서(JOLT), 실업수당청구건수 등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지표는 모두 호전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제조업이 좋아지고 구인이 늘고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이 줄면 실물경제는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다릅니다. 경제가 호전되면 물가가 올라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방준비제도(Fed) 내 매파 위원들에게 힘이 실리게 됩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없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희망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만큼 금리 인하 시기도 미뤄져 고금리 국면이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 변화에 민감한 단기물보다는 장기 경제전망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기물의 금리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투기성 매매까지 더해져 금리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고금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강화되면서 선물시장에서 미국채 매도 포지션이 급증했습니다. 많이 늘어난 정도를 넘어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채권 시장가격을 더 떨어뜨린 것입니다. 
 
미국채 금리 상승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달러인덱스는 작년 11월 이후 다시 107까지 오르는 등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입니다. 엔달러환율도 1년만에 다시 150엔을 넘어섰다가 반락했습니다.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충격은 더 컸습니다. 연휴로 인해 시장이 멈춰선 기간 중 미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터라, 국내 금리는 그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채10년물은 연휴 전 4.03%에서 4일 4.351%로 급등했습니다. 3년물 국채는 3.884%에서 4.108%로 올랐습니다. 주식시장도 4일 코스피가 -2.41%, 코스닥은 -4.00% 급락하는 등 충격이 컸습니다. 
 
캐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은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45일간 시간을 버는 데 합의했으나 이를 비판하는 공화당 강경파들에 의해 해임돼 시장의 우려도 확대됐다. (사진=캐빈 매카시 의원 SNS)
 
셧다운 가능성↑…연준도 부담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경제 회복을 바라면서도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기를 바라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경제가 좋을수록 금리가 올라 시장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가 셧다운(정부 폐쇄)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연준이 금리를 못 올릴 것이란 해석을 하고, 미 의회가 이 문제를 45일 뒤로 미루며 한숨 돌리자 실망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지금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최근의 변동성이 미국채 금리 상승에서 비롯됐고, 선물 매도가 상승폭을 키웠다는 점에서 투기적 매매 수요가 감소하면 금리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셧다운을 임시방편으로 넘긴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해임한 것이 도리어 다음달 셧다운 확률을 높인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결국 연준 위원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연준의 물가목표치인 2%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FOMC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안 연구원은 “Higher For Longer 기조를 확인한 9월 FOMC 후 주가가 3~4% 하락했고 CDS프리미엄이 약 73bp 급등했다”며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면 SVB 사태 후 안정을 찾은 미국 주요 은행들의 손실을 다시 키울 수 있어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압박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으론 7월 한때 -108.35bp까지 벌어졌던 미국채 10년-2년물간 스프레드 역전폭은 4일 현재 –32.11bp까지 좁혀졌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 위험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하며 그 폭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입니다. 
 
유럽은 금리를 동결하는 분위기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경기 하방 우려가 큰 상태입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고용시장 조정이 두드러지며 ECB(유럽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50엔을 넘었던 엔달러환율이 내려오고, 국제유가(WTI)도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가 80달러 초반으로 하락하는 등 보이지 않는 손과 과도한 가격에 대한 시장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리 상승에 대한 위기감과,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증시에도 부담이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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