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왜 한국정당은 1인 정당으로 퇴화하고 있는가?
2023-09-27 06:00:00 2023-09-27 06:00:00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습니다.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걸로 판단했던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은 가결에 망연자실하면서 당이 내홍에 빠져버렸습니다. 몇 차례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를 거친 진통 끝에 원내대표단 사퇴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원내는 신속하게 원내대표 선거체제로 전환했지만, 원외에서는 이재명 당대표를 지지하는 열성 당원들은 반란표 색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당은 같은 이념과 정책으로 집권을 실현하는 자발적 결사체입니다. 통상의 당은 당내 다수파인 주류와 소수파인 비주류가 공존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지도체제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여당 야당 모두 당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다른 움직임을 두고 보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대표를 축출했고, 민주당은 수박(?) 색출에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순수 단일체제로 정당을 만들려고 할까요? 좀 심하게 과장하면 1인 정당화의 길로 퇴화하려고 할까요?
 
첫째는 대통령 중심제이기 때문입니다. 1인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승자독식 제도에서는 사생결단으로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도 극단적 대결정치가 대세입니다. 공화당의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티파티그룹이 중도적인 온건파 국회의원들을 표적 공천으로 낙선시켜 버립니다. 그나마 미국은 경선제도가 개방형 국민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평소 당 내부 권력과는 거의 무관합니다. 중앙당 대표제도가 없으니 중앙당 내부의 갈등은 대체로 없는 편입니다.
 
둘째는 강력한 중앙당의 존재입니다. 당 내부 투쟁이 심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강력한 중앙당은 당 중심으로 집권하는 내각제 국가들의 특징입니다. 내각제 국가에서 여당의 경우는 당대표가 총리이기에 당연히 정부와 당의 구심입니다. 야당의 경우는 당대표가 처음부터 그림자 내각을 준비하고 총선에 승리하면 그대로 옮겨서 집권하기에 평소에 당 대표자에게 충성을 다합니다. 여든 야든 확고한 주류 중심의 중앙당 정치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제는 대통령 후보는 당대표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당내 경선을 통해서 선출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대중적 국민적 지지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후보가 됩니다. 과거 김대중, 김영삼도 같은 신민당에 함께 있을 때는 당내 투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래서 87년 대통령선거에서 분당하고 따로따로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각자 당을 가진 3김 당총재 시절은 총재가 대통령 후보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당 내부 투쟁은 불가능했습니다. 3김시대가 가고 민주적인 대중정당으로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중앙당 중심의 극단적 양당 대결정치가 되면서 1인 중심의 정치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통치체제와 정당체제는 당내 권력투쟁을 자동으로 유도합니다. 현재 정당 체제는 내각제의 강력한 중앙당 구조로 되어 있고, 중앙당 당대표 권력으로 국회의원 공천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당내 경쟁자를 가능한 한 제거(?)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당내 경쟁자와 권력투쟁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당대표가 자동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지는 않습니다. 최종적인 대통령 후보로 누가 될지 모르는 개방형 국민경선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적 결함으로 여당과 야당의 전쟁뿐만 아니라 각 정당 내부도 일상적 전쟁상태로 몰아갑니다. 대통령 통치제제의 제도적 불일치와 강력한 중앙당 체제 내부의 권력 충돌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제 헌법, 정치 관계법의 정치 시스템을 개혁할 때가 되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