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신유미 기자] 은퇴 이후 삶이 더 길어지면서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하기는 어려운 시대입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효과적으로 불리면서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연금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은퇴 전까지는 디폴트옵션 등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불리고 은퇴 후에는 TIF(Target Income Fund) 등으로 배당과 이자 수입을 꾀하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정기예금 벗어나 디폴트옵션 활용해야
금융권 연금 전문가들은 1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증권통> 주최로 열린 '2023 은퇴전략포럼'에서 생애주기와 은퇴 전후별 자산 운용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장은 '퇴직연금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연금운용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금융상품 운용 유형별로 각기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정기예금 위주로 상품변경 이력이 없다면 '장수 리스크'에 대비해 디폴트옵션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지정운용제도라고도 불리는 디폴트옵션은 IRP형이나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기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은퇴 이후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조 본부장은 "상품변경 이력이 없는 고객, 다시 말해 연금 운용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되지 못하는 분들이 64%가 된다"라며 "예금이나 투자 상품 선택 후 방치하고 있는 경우라고 보고 특성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상품변경 이력은 없지만 투자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장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클 수 있어 TDF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며 운용되는 펀드입니다. 전세계 여러 지역의 주식과 채권 원자재 등에 분산투자하며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상품변경 이력이 있는 유형 투자자에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투자상품을 파악하고 함께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연금투자 상품에는 TDF외에도 상장지수 펀드(ETF), 원리금 보장 상품인 ELB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유형별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을 동시에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조 본부장은 "경쟁력 있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개발한다면 자산이 예금으로 방치되지 않고 더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또한 금융사들은 안정적인 장기 운용 수익률을 원하는 고객이나 투자금 훼손 없이 연금 지급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월 지급식 채권형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발굴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별로 적절한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영순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장이 19일 열린 '2023 은퇴전략포럼'에서 '연금운용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TDF로 자산 불리고 은퇴 후 TIF로 전환"
생애주기별 연금자산 운용 전략을 탄련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는데요. 김현욱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은 TDF와 TIF 등 펀드를 활용한 연금자산 운용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은퇴 이전엔 TDF를 활용하고, 은퇴 후엔 TIF로 자산을 운용하는 전략입니다.
발표에 따르면 TDF는 2016년 본격적으로 출시돼 현재 20개 운용사에서 170개 펀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체 운용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조3000억원에 이르고 이 중 7조5000억원이 퇴직연금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TIF는 은퇴 이후 연금자산(Target Income)의 원금 보존을 추구하는 펀드입니다. 경제활동 수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낮은 변동성을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하는데요. 동시에 배당과 이자 수입 등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 TDF는 초반에는 안전자산 비중을 낮춰 공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시간이 갈수록 점차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시기에 따라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TIF는 8개 운용사가 20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운용 규모는 7700억원 수준인데요. 펀드 특성으로 인해 50대 이상에서 TIF 선택 비율이 70%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30대 이하는 10%, 40대는 20%로 집계됐습니다.
김 팀장은 "디폴트옵션의 시행으로 우리나라에서도 TDF와 TIF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TDF와 TIF는 그 특징이 상호보완적으로, 호환성이 좋아 함께 고려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욱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팀장이 19일 '2023 은퇴전략포럼'에서 TDF와 TIF 등 펀드를 활용한 연금자산 운용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초저위험 비율 높을수록 매력 떨어져
하반기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할수록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의 연금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조명훈 한국투자증권 연금솔루션부서장은 초저위험 상품 비율이 90% 달하는 은행·보험의 경우 수익률 측면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명훈 부서장이 고금리 기조가 진정되면 은행권의 디폴트옵션 상품 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은행 연금 상품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상품 중 '초저위험'은 100%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는데요.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은행의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 비율은 8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다 공격적인 상품군 구성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있는 증권사와 대비되는 점입니다.
조 부서장은 "디폴트옵션 상품은 TDF 비중이 평균 76%인 반면 증권사는 BF비중이 31%로 상대적으로 상품 구성의 다양성을 보인다"며 "투자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전용 신상품 출시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명훈 한국투자증권 연금솔루션부서장은 19일 포럼에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머니무브'의 시작'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허지은·신유미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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