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올해는 저축은행의 추석 예·적금 특판을 찾아보기 힘들 전망입니다. 해마다 명절 특수를 겨냥해 한시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예·적금 상품을 출시해왔지만 올해는 수익성 악화로 주요사들이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들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고금리 예·적금 상품 특판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은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을 영업 기회로 활용해왔습니다.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의 가입비용을 일시 상향하거나 새로운 담보를 추가한 상품을 명절 전 선보였습니다. 주로 암보험이나 치아보험과 같은 부모세대 가입 수요가 늘어나는 상품이 대상이었습니다. 카드사 역시 명절 맞이 할인을 제공하거나 상품권 증정,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을 실시했습니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주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웰컴저축은행은 최고 연 10% 금리를 주는 '웰뱅워킹적금'을 판매한 바 있습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연 6% 정기적금을 1212명 대상 선착순 판매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저축은행에선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특판의 가장 큰 목적은 수신규모를 늘리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엔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연체율과 수익성, 조달비용 등을 고려해야 하는 시기"라며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이 특판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 결과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총 9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총자산은 134조4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조2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9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918억원이나 줄었습니다.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전년말 대비 1.92%p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금리인상 여파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며 이자이익이 감소하고, 동시에 대손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상반기 6.19%에서 올 상반기 4.72%로 축소됐습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5221억원 줄고, 대손비용은 6292억원 늘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이 업황 악화를 겪고 있는 것인데요. 저축은행은 수신을 통해 조달 자금을 확보하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 이자도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리스크 대비를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리고 부실 채권 매각을 늘리면서 손실흡수 능력을 늘려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영업을 확대하기 보다는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리스크 관리 능력을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업권 간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특판이 사라진 요인입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금리 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어 자금 수요가 급하지 않은 곳들은 우선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명절을 앞두고 해마다 벌어졌던 저축은행 특판 예·적금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