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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MZ 줄퇴사…몰래 웃는 사람들 있다
부산 이전 추진에 퇴사자 늘어
타 공공기관 직원들은 산은 이직 러시
2023-09-06 06:00:00 2023-09-06 06: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높은 보수, 안정적 근무환경 등 최고의 금융 공기업으로 꼽히는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에 퇴사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타 공공기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고연봉인 산은으로 이직을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산은 중도 퇴사자 수는 16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90명은 부산 이전이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퇴사했는데요. 2020년 이후 반기별 11~20명 수준이던 퇴사자 수는 지난해 하반기 51명, 올 상반기 39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연령대별 퇴직률은 20대와 30대가 78%로 가장 높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분야에 대한 사회적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산은의 경우 부산 이전까지 더해지면서 전문 인력과 젊은 층의 인재 엑소더스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산은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370만원으로 금융 공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퇴사자가 많아진 데 대해 부산 이전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산은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1.7%로 시중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것과도 대조적이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산업은행 정책금융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에 따르면 산은에서 인력 유출이 이뤄지면서 지역성장 중심형(완전한 기능 부산 이전) 방식에 따라 364명의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은 관계자는 "기존 인력에 대한 연수를 확대해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신입채용 확대 등을 통해 차질없는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은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과 달리 내심 환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산업은행을 유치하게 된 부산시가 대표적입니다. 무엇보다 부산에는 이미 오래 전에 등지를 튼 공공기관들이 있는데요.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대한주택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입니다. 산은이 합류하면서 부산이 공공 금융기관의 메카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모양새인데요. 
 
특히 부산 금융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은 산은의 이전으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산은이 금융 공공기관 중 연봉이 톱인만큼 기존 부산 지역 공공기관 근무자 입장에서는 이직할 곳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인데요. 특히 결혼 적령기에 있는 젊은 직원들은 큰 결혼 시장이 서게 되는 것 아니냐며 들뜬 분위기라는 전언입니다. 아울러 부산보다 열악한 곳에 위치한 주변 지역 공공기관 등에서 이미 산은으로 이직했거나, 이직을 타진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산은의 부산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면 추가 인력 유출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 공공기관 이전 시에는 반발이 심했지만 막상 자리잡고 나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라며 "교육을 비롯한 주거 환경, 연봉 인상 등 지원책이 뒷받침된다면 인재 이탈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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