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
2023-08-28 06:00:00 2023-08-28 06:00:00
본지 탐사보도팀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회에 걸쳐 <'근로장려금' 이면>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연재했습니다. 근로장려금 제도의 현실적 허점을 지적하고 정책 제언을 곁들였습니다. 근로장려금이란 일은 하되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사업자를 돕고자 정부가 연간 최대 33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노동자에게 일할 의욕을 높이고 실질소득도 보장하기 때문에 괜찮은 복지정책으로 평가됩니다. 
 
근로장려금 제도는 2009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고용률을 높이자는 취지로 제도가 설계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역대 정부는 선심성 복지 차원에서 근로장려금 규모를 매년 확대했습니다.
 
근로장려금 규모는 꾸준히 우상향, 2009년부터 2022년 사이 무려 9배나 늘었습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문재인정부에선 수급자가 2배, 총지급액은 3배 급증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확대한 결과 2022년도 근로장려금 신청자는 510만2300가구, 수급자는 436만2325가구, 총지급액은 4조4447억원에 달하게 됐습니다. 
 
반면 제도에 대한 관리·감독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근로장려금 지급을 전담하는 곳은 국세청입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 근로장려금 업무에 투입된 인력은 3000명대 중반, 직원 1명이 수급자 1129가구를 관리해야 합니다. 이조차 본연의 징수행정과 함께 중복 업무에 시달리는 현실입니다. 혹여 문제가 발견되어도 현장에 나가 일일이 확인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대통령실과 장·차관, 고위 공무원들은 근로장려금 제도의 허점을 알고 있지만, 자칫 제도를 손질할 경우 불어닥칠 민심 이반을 걱정합니다. 지급액이라도 줄이면 고용률이 떨어지고 선거 때 표심을 잃을까 겁을 내면서 수수방관으로 일관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세무사와 인력사무소, 브로커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돈을 타내는 부정 사례가 빈번해졌습니다. 본지에 내막을 폭로한 국세청 내부 고발자는 "근로장려금 수급자 중 최대 절반가량은 부정수급"이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근로장려금 현실에 다가서면 설수록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는 말이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본지에 근로장려금제도 문제를 폭로한 국세청 내부 고발자,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김낙회 전 관세청장, 국세청 출신 세무사, 학계 전문가 등이 입을 모아 전한 메시지도 "나라에 도둑이 너무 많다"였습니다.  
 
'도둑'은 근로장려금 부정수급을 목적으로 공모한 세무사, 인력사무소, 브로커, 중소기업 등만이 아닙니다. 제도의 허점을 알면서도 실적에 눈 멀고 표심만 추종해 수수방관한 정부 정책결정자 모두가 나라의 도둑입니다. 오히려 '더 큰 도둑'입니다. 누군가는 도둑이라는 말을 두고 심한 것 아니냐고 못마땅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장려금의 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입니다. 2022년도만 해도 4조4447억원이 들었습니다. 혈세 낭비를 손 놓고 묵인한 정부의 무능은 그 어떤 말로 비판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해외 선행연구 등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을 지급할 경우 비숙련 노동자, 노인 인구를 중심으로 고용률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받지만, 근로장려금 제도가 정책 효과가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데 노력하고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없앤다면 복지와 고용, 두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나랏돈이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도둑을 없애야 합니다. 
 
최병호 탐사보도 1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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