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민주당 대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김명수 대법원장, 김진표 국회의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제헌철 75주년을 맞아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등 3개 항에 국한해 '최소개헌'을 원칙으로 삼아 내년 총선에서 개헌을 완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김 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사에서 "대화와 타협을 제도화하는 데 있어서 선거제도 개편이 그 출발점이라면 마무리는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개헌"이라며 "다시 한번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이뤄내자. 지난 1987년의 국가과제가 민주화였다면, 오늘의 국가과제는 협치와 분권의 제도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개헌은 '최소 개헌'을 원칙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개헌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아울러 개헌 이슈가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국정 구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이루고 있다"며 "아울러 현행 5년 단임제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역사적 역할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는 국회가 복수의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추천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제도"라며 "국무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총리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의장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는 이미 여야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제도 도입 당시보다 사회적 여건이 개선됐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임으로써 국민의 정치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75년 전 오늘, 헌법 제정 소식을 듣고 우리 국민은 시가행진을 벌이며 환호했다. 헌법을 선포하는 그 순간이 바로 자주독립을 이루고, 새 나라가 본격 출발하는 역사의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라며 "선포한 제헌 헌법은 시작도 끝도 국민통합을 지향했다. 당시 지도자들은 남과 북, 좌와 우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헌법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며 "제헌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세운 지도자들은 일제 치하와 해방정국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실낱같은 국민통합의 길을 열어내기 위해 절치부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의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자.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자"며 "우리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노력해왔다. 국회의원 144명이 정당을 초월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었고,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열띤 토론도 벌였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지금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협상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 내내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미 선거구 획정 시한을 석 달 넘게 넘긴 만큼, 최단 시간에 협상을 마무리해 주시기를 당부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 의장은 '개헌절차법'을 제정해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적 개헌 기반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현행 법률 체계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발의한 개헌안을 처리하는 절차만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개헌안을 준비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정이 따로 없다"며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개헌 공론화 과정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임기와 관계없이 개헌에 관한 숙의와 공론 절차를 담당할 국회 상설기구도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는 국민 공론제도를 도입하고, 상시적으로 이를 담당하는 국회상설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개헌절차법 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개헌절차법을 제정하면 아일랜드의 시민의회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해 개헌을 추진하고, 공론조사를 비롯해 숙의 민주주의를 적극 도입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