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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창간4주년 기획: 디지털화로 간다)②금융권 STO 열국지…법제화는 먼일
연이은 증권사 IT기업과 STO 협의체 구성 행진
금융부처 저마다 관리 방안 내놓지만 법안 마련 절실
국회 법안공청회서 조속한 입법 촉구하는 한목소리
2023-07-18 06:00:00 2023-07-18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고도화는 세계 경제 흐름을 뒤흔드는 경영 전략 키워드가 되면서 기업들은 디지털 선구자 자리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 깊은 곳까지 파고든 디지털은 비용 절감 및 가치 제고를 위해 활용되는 등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IB토마토>는 창간4주년을 맞아 경제 위기 속 디지털 고도화의 물결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략을 담아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금융·산업을 아우르는 디지털화의 활용과 문제점 등 현안을 5회에 걸쳐 톺아본다. (편집자 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디지털 고도화 물결과 함께 증권가를 달구고 있는 최대 화두는 금융투자업계의 '토큰증권(Security Token Offering 이하 STO)' 열국지다. 올 들어 지난 2월5일 금융위원회가 STO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시장에선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이 저마다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고, 금융 각 부처들 또한 저마다 시장의 주도자를 자처해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는 형세다. 이에 STO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자본시장법 상의 법안 입법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TO시장 증권업계 군웅할거와 합종연횡
 
작년 한 해 한차례 위기를 겪은 증권업계는 STO 신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저마다의 연합체를 만들고 관련한 기술 개발과 플랫폼 건설에 열중으로, 이는 IT역량이 절실한 증권사와 금융업 경험이 필요한 IT 관련 업계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사진 왼쪽부터)이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006800)이다. 지난 2021년부터 디지털자산 전문 인력 중심의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TF 규모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1일 미래에셋증권이 SK텔레콤(017670)과 결성한 토큰증권 컨소시엄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ext Finance Initiative·이하 NFI)엔 국내 4대금융지주 중 하나인 하나금융그룹이 합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나은행과 블록체인 활용 서비스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고, 하나증권과는 직접적으로 STO 사업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행보도 주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플랫폼 기업들과 STO 협의체인 '한국투자 ST프렌즈'를 구축해 참여 기업을 늘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STO시장에서 내세우는 강점은 호환성이다. 이미 시장에서 핀테크 선도 기업으로 이름이 높은 카카오뱅크가 참여했고, 토스뱅크와 블록체인 전문 개발업체 오픈에셋, 토지·건물 거래플랫폼 밸류맵이 참여해 기술적 호환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밖에도 KB증권은 최근 STO 협의체인 'ST 오너스' 회원사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이슈와 점검사항 등을 공유했다. NH투자증권(005940)도 STO 협의체 'STO 비전그룹'을 구성해 NH농협은행, 케이뱅크, 조각투자 사업자 펀블, 아이디어허브 등이 새롭게 합류시켰고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월 STO 협의체를 만들어 현재까지 40~50개 기업을 참여시켰다.
 
너도나도 STO에 뛰어드는 이유
 
현재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과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상 국내 STO시장은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당장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STO 시장의 성장성과 기존 주식의 토큰화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STO 시장은 내년 34조원을 시작으로 오는 2030년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토큰증권의 시장 규모는 관련 법제화가 완비되는 2024년 34조원을 시작으로 오는 2028년에는 233조원 규모로 성장해 국내 GDP의 9.4% 수준에 도달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STO의 주 사업영역으로는 주식과 부동산 등 기존 금융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고, 중장기적으로는 STO 관리나 보험 등의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기존 금융자산의 토큰화도 전망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15일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자산토큰화(STO)의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STO는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신흥시장에서 디지털 결제의 급속한 발전을 언급하며 기존 금융시장의 토큰화에 대한 전망을 내비쳤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각 증권사들은 자체 STO 생태계 구축과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주식, 채권 같은 자산의 전자증권에서 토큰증권 형태 전환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부처, 시장 주도자 자처하지만 준비는 미흡 
 
각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지만 STO시장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제도적 준비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 관리 주체가 어디인지부터 어느 기관이 어디까지 관할할 것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금융당국은 저마다 시장의 주도자임을 자처하며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가상자산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선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 제정 △가산자산 거래에 주석공시를 의무화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개정 내용이 담겼다.
 
이번 발표는 지난 6월30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국회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금융위는 향후 2개월간 상장사, 가상자산 사업자, 회계법인 등 이해 관계자별로 각각 1차례 이상의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지침안 및 기준개정안을 확정한 뒤 오는 10월과 11월 중 회계제도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공표·시행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자회사인 코스콤을 통해 오는 7월18일 토큰증권 발행사와 유통사 간 네트워킹 장인 '토큰증권 매칭데이'를 열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업체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행사에서 코스콤은 발행사와 유통사 간 만남을 주선해 협력 파트너 발굴 및 추진 노하우 공유하게 해 토큰증권 생태계 조성과 시장 활성화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목표이다.
 
이에 더해 한국예탁원도 지난 6월14일 이순호 사장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토큰증권 정비방안 발표에 맞춘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 작업을 연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예탁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증권의 등록심사와 발행 총량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이를 위한 토큰증권 심사 요건, 증권 총량 관리 방식, 블록체인 네트워크 연결 방식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STO 관계부처가 저마다 자신이 STO시장의 주도자임을 자처하며 다양한 관리 방안을 내고 있지만, 실제적인 법안 통과 전까지는 공허한 계획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토큰증권 시장의 법제화가 연내 마무리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수익신탁 증권의 상장도 필요한 만큼 시장 내에서 거래가 발생하는 시기는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STO법안 입법추진…현장선 조속한 입법 촉구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STO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IB토마토)
 
STO 관련 법안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13일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선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주최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 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벤처·스타트 氣UP STO'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선 자본시장법상 STO 관련 제도 마련 방안과 조속한 입법이 촉구됐다. 한편으로는 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증권사와 은행권, STO 유통업체 관계자가 참여해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 조치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은 토의에 앞서 토큰증권의 원리와 구성을 음식과 그릇에 비유했다. 이 과장은 "토큰증권 또한 토큰증권 발행에 기반이 되는 자산에 대한 권리가 음식이 되고 그것을 유통하는 토큰이라는 도구가 그릇이 된다"라며 "토큰증권의 발행은 기존 증권형태로 유통되지 않았던 상품을 새로운 음식으로 보고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STO 관련 제도 운영 과정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며 "다만 제도 시행초기 이해상충 방지와 시장신뢰성 유지를 위해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은 분리와 중개업자의 정보제공의무를 강화하고 투자권유준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라고도 조언했다.
 
시장 참여자를 대표한 연사들은 관련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동시에 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을 정도의 규제책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STO가 중소 업체의 유용한 자금 조달 창구로 사용될 수 있는 만큼 탄력적인 규제책 운영도 주문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STO는 신흥 중소 업체에게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쟁점사항은 과감하게 하위법령으로 위임해 탄력적인 규제체계를 구축하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투자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 한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업성을 생각해야 하는 금융사로서 우려스럽다"라며 "개정안 이후 시행령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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