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고단한 삶
2023-07-14 06:00:00 2023-07-14 06:00:00
"노동 강도와 시간에 비해 마진이 너무 낮아요.", "투자한 돈이 아까워요. 이제 발을 빼려야 뺄 수도 없습니다."
 
최근 1개월간 '치킨 빅 3'로 꼽히는 bhc·교촌·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대상으로 업계 실태 파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느낀 점은, 이들의 삶이 매우 '고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회사원, 공무원, 사업가 등 우리 사회에서 어느 하나 만만한 직업은 없습니다. 하지만 치킨 점주들 상당수는 본사의 갑질, 강매, 과도한 유통 마진 등 프랜차이즈 업계 특유의 구조적 문제점과 고강도의 노동, 사업장 운영 스트레스에 신음하며 하루하루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기존의 고용 관념이 붕괴되며 수많은 중장년층의 은퇴가 잇따랐고, 이들 계층 중 상당수는 자영업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는 급격한 팽창기를 맞게 되는데요. bhc·교촌·BBQ 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역시 이 같은 중장년층을 대거 흡수하며 선두권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2000년대입니다.
 
태생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성장에는 자영업 점주들이 밑바탕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죠. 이는 곧 본사가 자영업 점주들과 진정한 상생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점주가 없는 프랜차이즈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본사 입장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본사가 내세우는 상생은 허울에 그치기 일쑤고, 오히려 점주들은 사실상 '갑을 관계'로 얽히다 보니 각종 부조리한 행태에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듭니다.
 
심지어는 보복이 두려워 개선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 점주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자세한 사정이나 내막이야 그들만 알겠지만, 평소에 본사가 어떻게 점주들을 대하는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씁쓸한 점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실적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화하고 외식 인구가 줄고 있지만, 지난해 치킨 3사의 매출 실적은 별도 기준으로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아울러 업체별로 올 들어 영업이익의 증감 차이는 있다지만,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최대 30%에 달할 정도로 무서운 마진을 기록하고 있죠.
 
업체의 곳간은 쌓여가고, 그럼에도 가맹점주들의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 정말 되짚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 치킨 전문점 론칭 등 사실상의 '제2도약'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외연 확장에 앞서 본사는 점주들과의 잘못된 계약 관행을 고치고 과다한 마진을 챙기고자 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과 같은 점주들의 고단한 삶은 지속될 것이며, 이는 곧 부정적인 이미지 누적과 내실 악화로 이어져 중장기적 측면의 치킨 프랜차이즈 업황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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