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호권 구청장 “영등포의 노인 정책, 전국에 수출하겠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170개 경로당 전부 방문 노인 정책 관심
문래에 예술의 전당 건립, 기계금속단지 이전 후 4차산업단지로
2023-07-03 06:00:10 2023-07-03 07:24:09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영등포의 노인정책이 고령화 시대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버스전용차로처럼 서울시와 전국에 수출해야죠.”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난달 30일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인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영등포구의 노인 인구는 2012년 11.6%에서 2022년 16.8%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영등포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곳에서 노인들의 빈곤과 돌봄, 사회활동 등은 갖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30년의 공직생활을 한 최 구청장은 퇴직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구청장 취임 후에는 관내 170개 경로당을 다섯 달 동안 하나 하나 돌아다니며 어르신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구상했습니다.
 
최 구청장은 “제 아버지를 요양보호사가 잘 돌봐주는 모습을 보며 ‘온몸을 움직여 생명을 돌보는 천사’라고 생각했다”며 “현실적으로 자녀들은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부모를 모시고 살기 쉽지 않은 시대에 믿고 돌봐주시는 분들이 천사 같은 분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저는 그런 거 하려고 구청장 도전한 이유 중 하나였다”며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여기서 모델을 만들어 정책실험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은 최호권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얼마 전부터 요양보호 가족 휴식제도를 시범 운영했는데 어떤 사업인가요.
 
노인이 노인을 케어한다면 나라 전체적으로 훨씬 낫죠.
 
요양보호 가족 휴식제도를 저는 ‘노노케어’라고도 부르는데 매일 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두세 번 시간날 때 봉사활동을 하면 됩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있으며, 봉사활동하는 사람이 짝을 지어가면 부담이 덜할 겁니다.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어르신 일자리하고도 관계되고 은퇴한 사람들의 삶의 보람과도, 나아가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도 자녀가 아닌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들 손 덕에 생존하게 됩니다.
 
그동안 사회생활하다보니 봉사할 시간이 없었는데 연금받으며 산에 가서 운동하나 그 집에 가서 청소하고 빨래 해주고 밥 해주고 산책 시켜주고 시장 같이 가주고 하는 게 더 보람있고요.
 
하루 4시간 실비 만원 주는데 교통비하고 밥값도 안 됩니다.
그렇게라도 독박 요양, 독박 간병하던 가족들은 숨이라도 쉴 겁니다.
 
치매에 걸려도 평균 10년이 넘게 사는데 자녀 중 한 명이 간병한다면 밤도, 주말도 없습니다.
가족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면 나중에 본인도 그 입장이 될 수 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도와주면 나중에 본인도 똑같이 그 입장이 됩니다. 
영등포 어르신만 혜택 볼 게 아니라 나중에 성과를 분석해 오세훈 시장이나 복지부 장관을 만나 건의해 서울시와 전국의 노인들까지 전파하겠습니다.
 
지방자치 대표적인 산물로 버스중앙차로제와 환승무료정책을 뽑는데 요양보호 가족 휴식제도도 그 정도의 모델로 키우겠습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경로당 170곳을 다 돌아다녔는데 이유와 정책 결과물은 무엇인가요.
 
지금 늘고 있는 어르신들은 100세가 아니라 120세까지 대비해야 하고, 옛날처럼 고스톱치던 시절이 아니라 SNS도, 스마트폰도 하는 스마트 어르신입니다.
그래서 경로당 시설은 물론 경로당 이름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서 스마트실버센터로 바꾸고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할 때 경로당 시설이 충분히 들어갔는지 인허가 내줄 때 확인하고 대신 조합 측에는 인센티브를 줘요.
그럼 허름한 경로당에 있던 어르신들이 그대로 스마트실버센터로 내려옵니다.
거기서 SNS도 가르쳐주고 요가 건강프로그램도 하고 문화 체험 활동도 하고 양질의 밥도 같이 먹으며 대화도 하는 거죠.
 
대림동에 만들고 있는 디지털동행프라자는 키오스크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까지 가능합니다.
단순히 그냥 내려와서 서로 얘기하고 고스톱 치는 곳이 아니라 앞으로 50년 이상 내다보고 디지털 세상을 살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드립니다.
 
구립 경로당이 있고 사립 경로당이 있는데 사립은 대부분 식사 도우미도 없고 시설도 안 좋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나 마찬가진데 사립에도 차별없이 식사 도우미 보내고 식비도 지원하고 시설 개보수비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제는 고령화 사회에 나라가 효자가 돼야 해요.
365일이 어버이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경로당 170곳을 가보니 화장실 없는 경로당도 있습니다.
또 쪼그려 앉아 일을 봐야 하는 곳도 있는데 어르신들이 이용을 못해 집까지 다녀옵니다.
당연히 행정은 현장에 가봐야 되죠. 책상 위에 앉아서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가보면서 어디는 바람이 새고, 어디는 보일러가 고장나고, 냉장고가 필요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할 부분을 받아 적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마트 실버 센터도 일정기간 시행하고 평가를 거쳐 전국으로 확산해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겠습니다.
 
문래동 예술의 전당 예정지 주민친화공간 조성 조감도.(사진=영등포구)
 
제2세종문화회관 부지가 문래에서 여의도로 바뀌면서 갈등이 이어지는데 해법은 어떻게 되나요.
 
제2세종문화회관은 기본적으로 서울시 사업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발표를 했고 서울시 예산으로 만들어 서울시가 쓰는 곳입니다.
 
문래동 구유지는 너무 좁아서 적정 부지 입지가 아니라도 해서 옮긴 것입니다.
문래동 구유지에는 구립 예술의 전당을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곳으로 간 게 아니라 1+1로 두 개 생기는 겁니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구민만 쓰는 게 아니라 한류 문화의 메카로 3000만 관광객이 쓰는 곳입니다.
영등포 예술의 전당이 생기면 돈 주고 다른 곳 갈 필요 없이 문화사랑방이 생기는 겁니다.
집 앞에 와서 얼마든지 전시를 하든지 공연을 해볼 수 있어요.
문래동에 있는 젊은 청년 예술가들 더이상 젠트리피케이션 걱정 없이 공방 작업하고 전시 판매하고 세계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이전에 문래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할 때에는 부지가 작았지만, 구립 예술의 전당을 한다면 3분의 1 정도는 야외 정원을 구상 중이에요. 
착공까지 2~3년 걸리는데 그때까지 주민 친화공간으로 꽃밭정원, 주민 체육시설, 사계절 잔디마당, 어린이 모래놀이터, 맨발 황톳길을 우선 투자 성격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예술의 전당이 들어서도 배후 정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지난달 30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문래 기계금속단지 이전을 추진 중인데 이전이 필요한 이유와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문래동을 포함해서 구로, 영등포 지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 제조업의 본산지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서 4차 산업시대가 됐고, 구로는 최첨단 디지털 단지로 바뀌었습니다.
 
문래동은 그 기간 동안 그대로 지금도 있고, 가보면 쇳가루 날리고 소음나고 낡은 공장 그대로 눈물이 나올 지경입니다.
기계금속은 제조업의 뿌리산업으로 첨단화시키고 초정밀화하고 자동화, 디지털화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야 되는데 이 자리에서는 안 됩니다.
평균 15~20평 정도이고 무거운 쇳덩어리라 2층으로 못 올라가고 1층에 있어서 땅값 감당이 안 됩니다.
 
공장의 90% 이상이 임대 사장님인데 이 분들 꿈이 자기 공장을 갖는 겁니다.
서로 협업 시스템이라 주문 받으면 공정별로 완제품까지 맞물려 있어 통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료가 비싸 이미 이 중 일부 가게는 안산 시화로 옮겼고 그러다보니 생산 단가가 높아져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빨리 옮겨달랍니다.
 
이 분들이 가까운 수도권으로 옮기고 나면 AI, IoT, 빅데이터, 로봇 등 4차산업을 유치해 지역이 발전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공장 사장님들은 새 지역으로 옮겨 더 넓은 자기 공장을 가질 수 있고, 옮겨 간 지역은 인구도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깁니다.
준공업지역이 그동안 개발되지 못했는데 서울의 3도심에 걸맞는 개발이 이뤄지도록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 방안도 준비 중입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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