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농협법 개정, 구더기 무서워도 장은 담가야
2023-06-27 06:00:00 2023-06-27 06:00:00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1회 허용하고 비상임 조합장의 장기 집권을 제한하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만 최종적으로는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하기때문에 최종 관문을 모두 넘어선 것은 아닙니다.
 
중앙회장 단임제는 지난 2009년 장기집권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 이전까지 과거 연임이 가능했던 4명의 농협중앙회장중 3명이 배임, 횡령 등의 비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흑역사를 단절시키겠다는 개혁 의지였습니다.
 
그러나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중앙회장 권한 집중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앙회장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동안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거대한 농협중앙회 조직이 쪼개졌고, 농협중앙회장의 직무 범위도 점차 축소됐습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현직 농협중앙회장부터 1회 연임 적용을 두고 반발이 있는데요.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임기가 1년 여 남은 현직 회장이 출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의원 조합장만 투표하는 간선제로 선출된 현 중앙회장이 전체 조합장이 투표하는 차기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임이 허용되더라도 단임으로 끝난 사례도 다수 있는데요. 최근 20년 간 신협중앙회장 5명 중 4명, 중기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단임으로 끝났습니다. 농협법 개정으로 전체 조합장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로 바뀌는데, 현직 중앙회장의 연임 성공을 단정짓기는 어려워보이는 구도라는 겁니다.
 
문제는 농협법 개정안의 본질이 중앙회장의 연임 문제에 가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정안에는 △비상임조합장 3선 연임 제한 △지역조합 내부통제기준 의무 부과 △회원조합지원자금 지원 투명성 강화 등 범 농업계의 지속적인 요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농협법상 지역농협의 이사회는 조합장을 포함한 이사로 구성되는데요. 현행 농협법에서는 조합장과 이사는 4년, 감사는 3년으로 임기를 정하고 있고, 상임조합장은 2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자산총액이 2500억원 이상인 지역농협은 비상임조합장을 두도록 하고 있으며 연임 제한 규정이 없습니다. 무제한 연임이 가능합니다. 조합장 업무의 일부를 상임이사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규정, 제한적이나마 조합장 견제 장치를 두기는 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조합장이 내리는 최종 의사결정에 상임이사가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습니다. 상임이사 선임을 결정하는 인사추천위원회의 의장이 조합장이고, 위원 7인 중 2인을 조합장이 추천하는 구조입니다. 조합장을 견제할 수 없는 구조인데다 연임제한조차 없어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장들이 장기집권하면서 곳곳에서 직장 내 괴롭힘, 횡령, 특혜성 대출 등 각종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고질적인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협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을 제한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조합장들과 일부 의원의 반발로 번번이 발목이 잡혔는데요. 이번에도 중앙회장 1회 연임을 반대하기 위해 농협법 개정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되겠습니까. 농협법 개정이 '농협 돈은 눈먼 돈'이라는 불명예 딱지를 떼기 위한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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