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코리아 2주년…지프·푸조 존재감은 어디로?
2021년 출범 이후 판매량 악화
지프, 고무줄 가격정책에 소비자 외면
푸조, 동급 대비 애매한 성능·높은 가격
시트로엥은 철수 수순…브랜드 통합 실패
2023-06-12 15:29:08 2023-06-12 16:56:52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2021년 초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과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그룹. 국내에도 같은해 6월 스텔란티스코리아가 출범했는데요. 최근 2주년을 맞았습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FCA 산하에 있던 지프와 PSA 산하 브랜드였던 푸조, 시트로엥, DS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새 조직 탄생 이후 국내 판매 실적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프는 올해 1~5월 판매량이 161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푸조도 588대로 30.5% 줄었습니다. 시트로엥은 0대, DS는 2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전체 수입차 판매가 14.6%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스텔란티스코리아 브랜드의 판매 부진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프와 한불모터스가 갖고 있던 푸조, 시트로엥, DS 판권을 가져오며 국내 사업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없었던 셈인데요.
 
출범 당시 "브랜드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의 말이 무색하기만 합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지프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지프는 2021년 1만451대를 판매하며 1만대클럽을 달성했는데 이듬해 7167대로 떨어졌습니다. 올해는 지금 추세라면 7000대도 힘들어 보입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려왔습니다. 인기 모델인 랭글러 루비콘의 경우 2021년 초 5990만~654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세 차례나 가격을 올려 7710만~8460만원에 판매됐습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측은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 비용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타 회사들이 트림 조정, 옵션 축소 등으로 가격 부담을 줄인 반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적극적으로 가격을 올렸죠. 이 때문에 제품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높은 가격에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지프는 지난달 주요 차종의 가격을 최소 6.1%에서 최대 10.1%까지 평균 8.6% 낮췄는데요. 하지만 올해 1~4월 구매한 소비자들 입장에선 손해를 본 셈이어서 불만도 거셉니다. 지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책이 주먹구구식이다", "가격정책이 로열티 뚝뚝 떨어지게 한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프 랭글러.(사진=지프)
 
이에 대해 스텔란티스코리아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SUV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습니다.
 
푸조 역시 신차를 내놓고 있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디젤 모델만 판매하던 푸조는 지난해 10년 만에 스포츠유틸리차량(SUV) '3008'과 '5008' 가솔린 모델을 출시하고 스텔란티스코리아로 통합된 이후 첫 신차 '308'도 선보였지만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업계는 애매한 브랜드 이미지, 부족한 라인업, 경쟁 모델 대비 낮은 출력, 고질적인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불만 등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뉴 푸조 408.(사진=푸조)
 
푸조는 지난달 24일 린다 잭슨 CEO가 방한하며 전폭적인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각 18개로 확장하기로 했는데요. 지난해 초 만해도 전국 17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10개 전시장과 13개 서비스센터로 줄었습니다.
 
시트로엥의 경우 사실상 국내 철수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실제 기존 푸조·시트로엥 공동으로 운영되던 전시장은 최근 푸조 독립 전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프는 오프로드 매니아층이 있지만 최근 오락가락 가격 정책에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푸조는 프랑스 자동차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동급 대비 애매한 성능, 가격이 판매 부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브랜드 통합 후 제품 다양화 및 가장 중요한 서비스 부문 강화가 그동안 보이지 않은 것도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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