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ESG경영 외쳤는데"…건설사 지배구조 준수율 65% 그쳐
건설사,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 중 9.7개 준수
삼물, 최다 준수…HL D&I·금호건설 등 준수율 50% 하회
2023-06-02 06:00:00 2023-06-02 08:36:34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건설사의 건전한 주주·이사회·감사기구 운영 지표가 되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6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며 건설사들의 공감대는 형성된 반면 공시 대상 건설사 대부분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최고경영자 승계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시평) 상위 50대 건설사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핵심지표 이행현황을 공시한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계룡건설·동부건설·아이에스동서 등 21곳으로 집계됐습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기업의 투명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현재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은 △주주 △이사회 △내부감사 3가지 항목에서 15개로 나눈 핵심지표 준수 여부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요 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시 대상 건설사들은 작년 말 기준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지표 15개 가운데 평균 9.7개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준수율은 64.8%로 전년(66.7%) 대비 1.9%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항목별로 보면 건설사들은 대체로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와 ‘경영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내부통제 정책 마련’ 등의 지표를 이행한 반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 할 때 소수주주의 의견을 대변하는 자를 선임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곳은 전무했습니다. 소수주주의 의견을 받을 수 있지만,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채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내년 기업지배구조 의무공시 대상 확대…중요도 커져
 
또 현대건설·DL이앤씨·GS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들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지 않았으며 배당정책과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하는 것도 생략한 건설사도 많았습니다.
 
건설사별 핵심지표 준수율은 삼성물산이 가장 높았습니다. 삼성물산의 준수율은 86.7%로 전년과 같은 13건을 이행했습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경우 각각 12건을 이행했으며 GS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11건을 이행하며 준수율 73.3%의 준수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의 경우 전년도 이행하지 않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을 마련·운영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준수율이 가장 많이 개선된 건설사는 한신공영으로 33.3%에서 60%로 뛰었고, 금호건설 역시 26.7%에서 46.7%로 올랐습니다. 다만 전체 건설사를 놓고 보면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조직)’를 설치하지 않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지 않는 등 여전히 미흡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핵심지표 준수율이 가장 낮은 건설사는 HL D&I로 기업가치 훼손, 주주권익 침해 책임있는 자의 임원 선임 방지 위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 등 6건(준수율 40%)만 이행한 데 그쳤습니다. 이밖에 코오롱글로벌, 아이에스동서, 효성중공업, HJ중공업은 53.3% 준수율로 조사됐습니다.
 
안전·ESG 경영 실천이 건설업계 주요 화두로 떠올랐지만, 최근까지도 건설현장의 부실시공이나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ESG 경영을 가속화하기엔 갈길이 먼 셈입니다.
 
한편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는 내년부터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상장법인, 2026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제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 대상 건설사들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 준수, 오기재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을 위해 전수 점검을 실시한 후 미흡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기재 충실도를 제고할 계획”이라며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주주와 투자자의 권익보호를 강화해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