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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유병자 종신보험 가입 'OK'…실손은 'NO'
재가입 안내 없이 실손 계약 종료
'돈 되는' 종신보험만 가입 문턱 낮춰
2023-06-02 06:00:00 2023-06-02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이 유병자를 위해 가입 문턱을 낮추겠다고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소위 '돈이 되는' 종신보험이나 암 보험 등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보험' 격인 실손의료보험 재가입은 여전히 거절되기 십상입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유병력자 실손보험 재가입을 보험사가 거절한 것과 관련해 민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에서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한 보험소비자가 부당하게 계약이 종료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본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계약을 종료 처리한 사실을 인지한 것인데요. 보험사는 해당 고객에게 재가입 절차를 사전에 안내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객은 보험사에 실손보험 재가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기를 놓쳤다는 이유로 재가입은 거절됐습니다.
 
보험사들은 최근 들어 유병자들을 타깃으로 한 보험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유병력자들이 가입하기 쉽도록 간편심사를 도입한 종신보험을 출시했습니다. 경증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더라도 고지항목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가입이 가능한 상품입니다.
 
AXA손해보험은 고혈압·당뇨 환자도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을 선보였습니다. 삼성생명(032830)은 최근 프랑스 재보험사인 스코르(SCOR)와 공동으로 가상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개발해 심사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삼성생명은 "간편보험 심사에 적용해 고령자와 유병자 고객의 가입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제2의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에서는 유병자들이 계약 유지 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재가입이 거절되는 사례뿐만 아니라 재가입 절차상으로도 이미 일반 실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실손의 경우 재가입주기는 5년에서 15년인 반면, 유병자 실손은 재가입 주기가 3년으로 짧은 편입니다.
 
보험료 갱신 주기도 일반 실손(3년)에 비해 유병자 실손은 1년으로 더 짧습니다. 특히 2021년 말 보험사가 약관을 개정해 유병자 실손보험의 재가입 주기가 지나더라도 계약 종료는 되지 않도록 했지만, 이전에 가입한 실손의 경우 여전히 자동으로 재가입 주기가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형태입니다. 반면 일반 실손의 경우 통상 재가입은 자동 갱신으로 이뤄집니다.
 
보험연구원에 의하면 지난해 9월 기준 개인 실손보험 가입자수는 3574만명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70% 가량입니다. 특히 유병자들의 경우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실손보험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보험사들이 수익에 도움이 되는 보험에서는 유병자를 반기면서도 정작 실손에서는 재가입을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어 비판이 나옵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은 한때 3·5·5 보험 등 유병자를 위한 간편심사를 도입한 건강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마케팅에 공을 들였는데, 실손보험에서는 보장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리어 보험사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보험에 재가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 보험의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신규 가입의 경우에는 언더라이팅을 통해 인수 거절을 할 수도 있겠으나, 재가입을 원하는 계약자에게는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병력자들을 위해 재가입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2022년 1월 이전에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의 경우 등기우편을 수령하고도 재가입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종료처리될 수 있다"며 "보험기간 중에 계약자의 주소가 변경될 경우 이를 보험회사에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회사의 재가입 안내문을 수령할 수 없어 실손보험이 종료처리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는데요.
 
배 국장은 "보험의 기본적인 원칙은 보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보험 계약 유지 관련 절차를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교수도 "소비자들은 재가입 절차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보험사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재가입 절차를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강서구 소재 병원 대기실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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