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결국 빈손 귀국…' 한국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일본 정부와 심층 기술회의를 끝으로, 현지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시찰단은 26일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오염수 시료채취를 비롯한 실질적인 검증은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형식적' 시찰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시찰단의 5박6일 일정 중 원전 현장 시찰은 이틀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시찰단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 급감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찰단을 파견했으나, 국민 설득에는 결국 실패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부터 검증 아닌 '시찰'…일본 들러리에 그쳤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은 25일 오전 일본 외무성에서 일본 정부, 도쿄전력 관계자 등과 마지막 심층 기술회의를 가지면서 현지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서 우리 정부는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과학인 입장으로 오염수 해양 투기를 검증하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일본에 시찰단을 파견했는데요.
시찰단은 지난 23~24일 이틀 동안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둘러보면서 현장 점검에 나섰습니다. 다핵종제거설비와 오염수를 저장하고 농도를 측정하는 탱크, 중앙 감시 제어실에 이어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긴급 차단 밸브, 핵종을 분석하는 화학분석동 현장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틀간의 시찰을 마치고 가진 24일 브리핑에서 "2021년 8월부터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해 오면서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시찰 항목으로 잡았고, 보고자 했던 설비들은 다 봤다"며 "시찰을 통해 안전성 평가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고 자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추가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며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결론은 유보했습니다.
유 단장은 이날 마지막 심층 기술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시찰단이 막 현장을 본 직후이기 때문에 추가 자료 요청사항도 있고 이런 부분이 다 파악이 돼야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찰 결과에 대한 최종 발표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증 중인 다음 달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요. 결국 이르면 내달 IAEA의 최종보고서 발표 후에나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형식적 시찰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지난 24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 시찰을 마치고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도쿄전력 폐로자료관에 돌아와 취재진에 점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밀주의로 일관한 '3무' 시찰단…국민 61.7% "결과 불신"
이번 시찰단이 일본의 '들러리' 역할을 하면서 '면죄부 시찰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3가지 요소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오염수 시료채취 등 실질적인 검증절차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시찰단은 유 단장을 비롯해 원전·방사선 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됐지만, 민간전문가가 빠진 시찰단 명단이 끝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언론 동행 취재도 철저히 차단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시찰단 파견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찰단에 대한 국민 불신도 커 국민 불안 역시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26일 공표·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1.7%는 정부 시찰단의 최종 결론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습니다. 또 64.2%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할 경우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말했습니다. '수산물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고작 4.8%에 불과했습니다. 26.2%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오염수 채취가 빠진 이번 시찰단은 출국할 때부터 일본의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앞서 대만·태평양 도서국이 시찰단을 파견한 바 있는데, 비밀스럽게 간 곳은 하나도 없다. 시찰단 명단을 공유하지 않은 점, 시찰단 활동을 언론 비공개로 하는 등 처음부터 불투명한 과정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