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당정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제9차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협의회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 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이에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강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간호법안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고, 간호법안이 공포될 경우 정부가 민생 현장에서 갈등을 방치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간호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고,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카스트 제도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법 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간호만을 별도 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당정은 이날 간호사 처우 개선은 간호법 없이도 가능하다며,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간호법 공포 시 약 400만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당정이 제대로 된 돌봄을 위해 국민, 현장,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우리나라에 맞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 가기로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당에서는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등이 참석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간호법을 두고 "갈등을 조정하기는 커녕 민주당이 도리어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며 "국민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정부·여당의 책임이니,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간호법 입법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의료 협업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지적하며 "의료시스템 붕괴로 인한 국민건강권 위협 등 여러 상황을 감안, 이제 간호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에서 처리돼 의료 현장에서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그간 간호법이 보건의료 종사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의료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해왔다"고 말했습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간호법으로 인해 직역 간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이 가슴 아프다"면서 "어느 일방의 이익만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7일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오는 16일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당정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이날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지난달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로,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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