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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KTV 사용제한'…대통령실 '입김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미 정상회담 비판 기사 콕 짚은 KTV…본지에 모든 영상 다운 중단 조치 '일방통보'
2023-05-04 17:30:00 2023-05-08 09:36:38
(사진=KTV 나누리 포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뉴스토마토 박주용·윤혜원·최수빈 기자] 한국정책방송원(KTV국민방송·원장 하종대)이 '뉴스토마토·토마토TV'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제공한 영상자료 사용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KTV가 업무협약을 맺은 언론사들 가운데 영상자료 사용을 제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KTV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간 정권을 향한 비판 보도에 불편함을 느낀 대통령실에서 KTV 조치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됩니다. 
 
한미회담 비판 기사 콕 짚은 KTV"취지 안 맞아"
 
KTV는 지난 2일 뉴스토마토·토마토TV의 영상자료 사용 중단 조치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KTV에서 모든 영상자료를 다운받을 수 없도록 조치한 겁니다. 앞서 KTV와 뉴스토마토·토마토TV는 2021년 2월에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대략 2년여 동안 양사는 서로의 영상자료를 공유하고 이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왔습니다.
 
KTV의 영상자료 사용 제한 이유는 크게 2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다운받은 영상자료를 저장하고 다시 활용하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한데, 뉴스토마토·토마토TV에서 이를 어겼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KTV의 주된 역할인데, 정권 비판 보도에 영상자료 출처로 'KTV'가 표기돼 나가게 되면 국가기관으로서 KTV의 존재 이유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KTV가 문제 삼은 것은 지난 3일자 <방미 성과 '자화자찬'태영호마저 '찬물'> 기사입니다. KTV는 이 기사가 포털에 송출된 지난 2일 본지에 곧바로 사용제한 통보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KTV는 관련 기사를 쓴 기자 실명까지 거론했습니다. 이 기자는 천공 의혹 보도로 대통령실이 고발한 기자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KTV 설명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먼저 영상자료 재활용과 관련해 전임 정권인 문재인정부 시기 땐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지는 2021년 2월부터 영상자료를 사용한 콘텐츠 제작을 2년 넘게 해왔는데, 이때까지 영상자료 재활용 금지 규정에 대한 KTV의 언급이 없다가 이제 와서 지적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KTV 측에선 지난 3월22일 뉴스토마토 본사 사무실을 방문해 영상자료 재활용에 대해 경고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당시 KTV 직원 2명(이기훈·양세형 아카이브 매니저)이 아카이브(자료 등의 디지털화) 실태 조사를 하러 왔을 때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 본지의 영상자료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점을 언급하며 "우량 고객"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KTV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결국 정권을 향한 비판 보도가 KTV의 영상자료 사용 제한 조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실제 KTV 내부에선 대통령실 비판 기사에 대한 영상자료 출처가 'KTV'로 나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유죄'야 "실정법 위반 따질 것"
 
KTV가 이런 조치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통령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2월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를 보도한 본지 기자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다만 KTV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에 대해 "그건 말씀 못 드린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부인하지 못한 것입니다.
 
언론학계와 법조계에선 한목소리로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TV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그런 만큼 저작권이 국가기관에 있더라도 최대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제공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사용을 중단한 것은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사는 (정부를) 비판하는 곳이지, 칭찬하는 곳인가"라며 "이건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언론은 편집권을 갖고 있으며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사명"이라며 "그렇기에 사전 검열도 헌법상 허용하지 않고 방송법을 통해 편성의 자유를 각 매체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2014년 4월 KBS의 세월호참사 관련 보도에 개입해 방송법 위반 혐의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이정현 전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KTV의 행태는 방송법 위반까지 볼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KTV의 조치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야당에선 향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KTV는 충실하게 정책 홍보 방송을 하면 되는 것인데 무슨 검열기관도 아니고 언론사가 영상자료를 공유하는 것을 제한하느냐"며 "이 문제를 상임위에서 따져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도 "정부에 우호적인 보도를 안 한다고 해서 뉴스 공급을 못 하도록 한다는 건 정상적인 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이정문 민주당 의원도 "방송과도 관련된 것이니 과방위원들하고 향후 회의가 열리면 한번 공유하고 논의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18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용산구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서울사무소 회의실에서 하종대 한국정책방송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뉴시스 사진)
 
박주용·윤혜원·최수빈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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