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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돌아간다지만…여기저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정부는 코로나 일상회복 준비…국민은 여기저기 '콜록콜록'
영유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 증가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도 아직 없어
2023-03-30 04:00:00 2023-03-30 04: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딸 아이가 콧물이랑 가래 증상이 세달째 지속되고 있어요. 코로나 검사도 5번이나 했는데 양성 반응도 없어요. 요즘 어린이집 아이들이 다 이런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주말에 어플로 예약하는데 병원들 다 일초 컷으로 마감되고 병원 예약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일상회복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세종에 사는 워킹맘 박모(30대) 씨 처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목의 이물감을 느끼거나 콧물 기침 증상을 호소하는 등 영·유아 중심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29일 <뉴스토마토>가 파악한 전국 219개 표본감시기관 입원환자 감시 결과를 보면 2023년 11주 차(3월12일~3월18일)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신고된 환자 수는 265명에 달합니다. 최근 7주간 신고 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월 29일~2월 4일 99명이던 환자는 122명92월 5일~2월 11일), 172명(2월 12일~2월 18일), 198명(2월 19일~2월 25일), 214명(2월 26일~3월 4일), 259명(3월5일~3월11일)로 신고된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 소아과 모습. (사진=뉴시스)
 
11주차(265명) 기준 중증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는 1~6세가 139명으로 45.9%를 차지했습니다. 영유아 중심으로 발생이 늘어나는 양상입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은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과 직접 접촉이나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되며, 유행시기는 주로 늦가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10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1월경 유행 정점에 도달한 이후 3월까지 발생했습니다. 2022년에는 10~11월 사이에 예년대비 이르지만 작은 유행을 보인 이후 감소했다가, 올해 2월부터 다시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콧물, 인후통, 기침, 가래 등 주로 상기도 감염으로 나타납니다. 성인에게서는 감기 정도로 경미한 증상을 보이지만 영·유아, 면역저하자, 고령자에게서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의 감염을 유발합니다. 특히 신생아기에게는 폐렴, 모세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주로 어린 유아나 특정 만성 질환이 있는 노인의 경우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감염돼 매년 약 10만2000명의 어린이와 1만4000명의 65세 이상 노인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모(30대) 씨는 "딸아이 콧물 기침 열 증상이 열흘 넘었는데 아직 호전은 안되고 있다. 좀 괜찮아져서 항생제를 끊으면 신기하게 바로 또 열이 난다"며 "네블라이저(소아천식 관리용)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요즘 워낙 유행이 심한지, 어린이집에서 예방수칙 공문도 보내온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진은 약국 모습. (사진=뉴시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은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아직 없습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어린이는 팔리비주맙 단클론항체 주사제를 투여하지만 고령자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는 전무합니다. 만약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등의 중증 하기도 감염인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은병욱 노원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호흡기감염환자 늘고 있는 것은 계절적 요인도 있고 그동안 사회적거리두기, 마스크쓰기 등이 최근 완화된 이유도 있다"며 "코로나19 동안 기간 3년동안 걸리지 않았던 어린이들 본격적으로 걸리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 교수는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병원마다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실을 줄었는데,  코로나 전 상황으로 감염이 늘어나 버리니 병실을 다시 탄력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졌다"며 "현재 입원이 안되고 입원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질병당국은 현재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구분하는 등 표본감시대상 감염병으로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을 지정, 감시 중입니다.
 
질병관리청 측은 "기침예절 준수와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며 "호흡기 증상이 있는 신생아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제한하고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호흡기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오늘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 ‘온전한 일상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1단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기간이 7일에서 5일로 줄어들고, 2단계에서는 병원과 약국 등 모든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전망입니다
 
세포융합바이러스가 영·유아 중심으로 발생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실내 마스크 안내문.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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