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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수익성 쪼그라드는 지누스…현대백화점, 투자열매 수확 언제쯤
8790억원에 구매했는데 시총 3000억 ‘뚝’
업황 악화와 미국 소송 이슈 등 악재 잇따라
가구업계 역성장 속 국내 매출 23.9% 성장
2023-03-27 07:00:00 2023-03-27 17:43:02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3일 18: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지난해 현대백화점(069960)이 리빙분야 확대를 위해 그룹 역대 최대 규모 투자금을 들여 글로벌 매트리스업체 지누스(013890)를 인수했지만 투자 효과를 향한 의구심이 나온다. 국내 가구업계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누스의 수익성은 쪼그라든데다 주식가치는 반토막나고 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도 미미해 투자열매를 언제 수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인수를 통해 리빙·인테리어 부문의 매출규모를 5조원까지 확대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누스의 영업이익은 3년간 연평균 13.1%씩 감소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은 293억원으로 전년(516억원) 대비 43.2% 줄었다.
 
매출 비중의 97%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에서도 덤핑 이슈 등의 여파로 인해 생산가동률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인도네시아·미국 등에 위치한 매트리스 생산공장의 가동률은 지난해 68.2%를 기록하며 70%를 하회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84.0%), 2021년(79.2%)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중국에 생산법인을 둔 침실가구 역시 같은 기간 91.3%에서 76.1%로 15.2%P 가동률이 줄었다.
 
현금흐름도 악화되고 있다. 조정영업현금흐름(OCF)과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조정영업현금흐름은 1년새 881억원에서 -185억원으로, 잉여현금흐름은 193억원에서 -990억원으로 악화됐다. 통상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지누스는 주식시장에서도 몸값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시가총액 9607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던 지누스는 인수 10개월 만에 시총이 5462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인수가 대비 약 40% 급감한 수치로 지속적인 수익성 감소와 가구산업 악화, 미국 소비자 소송 이슈 등이 투자심리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도 1년 새 반 토막이 났다. 현대백화점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던 지난해 5월25일 지누스는 5만6193원에 거래를 마쳤다. 10개월이 지난 이달 23일 종가는 2만8600원으로 49%가 급락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3월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인수를 결정하고 같은 해 8790억원을 투입해 5월 보통주 총 617만2116주를 사들이면서 지분비율의 35.8%를 보유, 최대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은 아마존과 해외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지누스를 인수해 글로벌시장 진출, 온라인 사업역량 강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누스 또한 현대백화점이 가진 백화점 등 유통채널에 입점해 국내 성장 가속화 등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전체적인 수익성은 줄었지만 외형성장은 이어지고 있다. 지누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596억원으로 직전년도(1조1238억원) 대비 3.1% 증가했다. 국내 매출은 383억원을 기록하며 23.9%(74억원) 성장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에 인수되기 전인 2021년 매출이 2020년 대비 86.1%(143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인수 후 매출성장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이는 전반적인 가구산업 업황악화 등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IB토마토>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가구산업이 전반적으로 역성장한 것에 비하면 지누스의 경우는 고성장한 상황이다”라며 “생산가동률은 고객사의 재고가 쌓이면서 소폭 줄었지만 제조업에서 공장가동률 70%는 공장이 풀로 돌아가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된 지누스 팝업스토어. (사진=지누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의 국내 유통채널을 확대해 향후 3년간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지난해부터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디큐브시티 등에 지누스 매장을 열며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여덟번째 고객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미아점에서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채널 확대를 위해서 그룹 계열사와 손을 잡았다. 지누스는 지난해  9월 현대백화점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에 ‘지누스관’을 오픈한데 이어, 지난달 현대이지웰의 복지전문몰에도 ‘지누스 전문관’을 열었다.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종합 온라인몰인 현대 H몰에서도 지누스 주요 제품을 판매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누스 실적은 현지 주요 바이어 재고 소진이 이어지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가구업계에서는 부동산규제가 대폭 완화된 데다 하반기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찍으면서 업황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몬스나 에이스 등 침대업계 점유율 상위권 업체들이 최근 매장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매트리스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IB토마토>에 “지난해 말부터 내구재 소비가 줄어들면서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현대백화점의 탄탄한 유통역량 등을 기반으로 한 시너지 창출 여력은 있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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