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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반도체법 세부규정, 발등의 불 피했다지만…삼성·SK 앞으로가 고비
초과이익 공유·군사용 반도체 안정 공급 등 독소조항 산재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추가 조건 생길지 등 변수 산적
2023-03-22 16:32:18 2023-03-22 17:23:2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조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발등의 불은 피했다지만, 앞으로가 고비가 됐습니다. 미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다른 세부 조건도 충족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더 까다로워질 것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고조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육성법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기술 업그레이드는 규제 미포함…이창양 장관 "불확실성 해소"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1일(현지시간) 자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에 보조금을 주는 조건으로 내세운 중국 투자 제한의 세부 조건을 공개했습니다. 보조금 조항에 따르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양적 생산 능력 확장만 제한하고 기술 업그레이드에 대해선 제한을 두지 않아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우리 기업들은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윤곽이 나왔을 당시 '실질적인 확장'과 관련해 반도체 생산 시설의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포함될 가능성을 우려했는데요. 이번에 미 정부가 공개한 규정안에는 '양적' 생산능력 확대로만 규정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의 기술 진보에는 문제 삼지 않겠단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다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규정 초안이 공개된 가운데 담당 주요 실무진은 오는 23일 방한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미국의 반도체법상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생산 설비의 유지와 부분적 확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진보)도 계속 가능할 것"이라며 "기술 업그레이드 시 집적도 증가를 통해 웨이퍼당 칩을 증가시킬 수 있어 기업 전략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생산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분석 결과를 토대로 6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 미국 측과 추가적인 협의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어제 나온 결과로는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기업들의 투자·생산 전략 구사에 유연성이 확보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장관은 기술 업그레이드에 구체적인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어느 정도 안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충족됐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부지.(사진=삼성전자)

최악 면했지만, 독소조항 산재…'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후 상황 불투명
 
가드레일 규정에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다른 조건이 까다로워 업계 우려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의 이익 공유 △ 군사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 여부 평가 △반도체 관련 공동연구 참여 등이 독소조항으로 꼽히는데요. 내용 모두가 기업의 경영권 침해요소와 맞닿아 있어서 보조금 신청 여부를 두고 우리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입니다.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건이나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을 모읍니다. 앞서 미국 기업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또는 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해 사실상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들은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로부터 한시적인 포괄적인 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올해 다시 유예를 받을 수 있을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당장에 우리 기업과 중국과의 반도체 사업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에 탈중국화를 재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업계에선 미 정부가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가 조치를 4월쯤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의 앨런 에스테베스 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제공한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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