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와 봄 이사철 수요에도 공인중개업계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와 거래량이 비교적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분양과 매물적체와 같은 하방요인이 짓누르면서 폐업이나 휴업에 돌입한 공인중개사도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에서 새롭게 문을 연 중개업소는 1221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협회가 월별 개·폐업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월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특히 신규 개업건수는 전년 동기(1480곳)보다 17.5% 감소한 상태로, 작년 말(1280곳) 이후 1월(1275곳)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습니다. 통상 연초에는 한 해 전 중개사시험 합격자들이 교육을 마치고 개업에 나서는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부동산 시장 하방요인 '발목'…폐·휴업이 더 많아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인상 기조와 거래 절벽이 중개업계에 직격탄을 가했습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만큼, 수익성 감소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주택 거래량은 5만228건으로, 2006년 조사 이래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규제 완화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5주 연속 둔화세를 보이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본격적인 시장 반등으로 진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실정입니다.
(표=뉴스토마토)
고금리에 따른 부담으로 매물이 적체되고 전국 미분양주택도 7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불안요인이 산적한 까닭입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시중 대출금리 인하 등으로 급매물 소진되며 하락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매도자와 매수자간 거래희망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추가적인 상승거래 이뤄지지 않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부동산 거래 시장 위축으로 문을 닫은 곳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폐업을 선택한 공인중개소는 1148곳으로 전년동기(790곳)보다 45.3% 증가했습니다. 권리금을 받거나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 휴업을 택한 곳도 113곳에 달합니다.
전세사기 근절 등을 위해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중대해진 상황이지만,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폐·휴업(1261곳)을 결정한 곳이 개업건수보다 더 많은 것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 19개 지부 중 강남·서초·동작구가 속한 서울 남부와 용산·서대문구가 포함된 서울북부를 비롯해 부산·대구· 인천·대전·경남·경북 등 13개 지역의 폐업 및 휴업 비율이 신규 개업보다 더 높았습니다.
협회 한 관계자는 “서울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휴폐업이 늘었다”면서 “아파트와 주택을 중심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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