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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기자가 바로 접니다
2023-03-17 06:00:00 2023-03-17 13:13:53
네. 맞습니다. 접니다. 저는 지난달 2일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키로 했을 때 민간인 신분인 천공이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본부 서울사무실을 둘러봤다"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천공의 일을 회고록에 담아 의혹을 공론화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부 전 대변인을 인터뷰하고 관련 의혹을 보도한 뉴스토마토 기자 3명, 부 전 대변인의 책을 읽고 의혹을 언급한 기사를 쓴 한국일보 기자 1명 등 총 5명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를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먼저 '대통령실의 첫 현직 기자 고발'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달아준 대통령실에 감사드립니다. 뉴스토마토도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이름을 알리게 됐습니다. 홍보에 도움을 준 것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습니다. 뉴스토마토에서 이번 기사를 쓴 건 4명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4명 중 3명만 고발했습니다. 왜 3명을 고발했는지 저희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고발 명단에서 제외된 후배 기자 1명은 매우 섭섭해하고 있습니다. 혹시 대통령실이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걸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또는 일단 '고발부터 하자'는 마음에 서둘러 고발장을 쓰다 보니 인원을 누락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정말로 고발장을 급하게 쓴 걸까요. 명색이 첫 현직 기자 고발인데, 고발장이 너무 간략했습니다. 고발장은 3장입니다. "A와 B는 일면식도 없고, 천공은 육참총장 공관 및 서울사무소를 둘러본 일이 없으며, 대통령 관저 선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요지입니다. 기사의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상대로 고소와 고발을 남발하는 건 치부를 감추고, 언론의 정당한 취재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뉴스토마토의 취재 열의,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정신을 꺾을 수 없습니다. 사실 앞서 지난해 12월 천공이 대통령실 관저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뉴스토마토 역시 고발을 감수하고 있었습니다. 담담할 뿐입니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는 이 시대에 언론을 대응하는 방식이 이 정도라는 게 조금 허탈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실의 고발 덕분에 오히려 뉴스토마토는 취재 열의가 더 높아졌습니다. 이미 천공과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내외에 대한 여러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계속 뉴스토마토의 후속보도를 지켜봐 주십시오.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계속해서 수사가 진행된다면 오히려 권력이 감추려고 한 치부 역시 진실을 드러내리라 믿습니다. 대통령실로부터 고발까지 됐으니 이참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제대로 가려보겠습니다.
 
최병호 탐사보도 1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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