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선 패배 1년, ‘자코뱅식 검찰개혁’ 성찰해야
2023-03-15 06:00:00 2023-03-15 06:00:00
3월 9일은 20대 대선이 끝 난지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 1주년에 치러진 여당 전당대회에서 ‘당정일체’를 공약한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됨으로써 대통령실과 여당이 하나가 되는 ‘친윤정당’체제의 기틀을 다지는 성과를 얻었다. 
 
대선 1년을 맞아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과 ‘범죄 피의자 방탄’에만 허송세월했다”며 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역사 퇴행의 1년이 마치 4년처럼 길게만 느껴진다”고 맞받았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한민국은 고작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됐고 민주공화국이 사라진 자리에 검사들의 나라가 세워졌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대선 패배 1년을 맞는 민주당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내년 총선을 생각한다면 무리한 ‘검수완박’ 시즌 2의 추진이 아니라 ‘검수완박’ 시즌 1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도한 검찰개혁이 다수파 독재의 상징으로 통하는 ‘자코뱅식 검찰개혁’과 닮아서 결국 개혁의 결론이 로베스피에르의 반대 진영에 있던 폴 바라스와 나폴레옹 세력에게 권력을 넘겨준 역설처럼 끝난 것은 아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수의석으로 밀어붙인 ‘검수완박’은 불공정 논란을 빚은 ‘조국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검찰의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역효과를 불러왔으며, 결국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당선되게 함으로써 ‘검찰의 방어력’을 더욱 강화시킨 것은 아닐까. 민주당의 ‘검찰개혁’이 가정하고 있는 논리적 전제가 잘못 설정된 것은 아닐까. 
 
자코뱅당 강경파 로베스피에르는 급진개혁을 위해 ‘도덕적 이상주의’를 명분으로 내걸고 ‘공안위원회’라는 검찰기구를 설립하여 자신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많은 동료를 반혁명분자로 몰아 처형했다. 이 ‘공안위원회’는 점차 다수파 독재와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반대파의 반발을 샀다. 
 
소수파의 의견을 무시하는 다수파 독재의 밀어붙이기식 개혁은 온건파인 지롱드파, 평원파를 죽이면서 바라스를 중심으로 한 ‘테르미도르 반동’과 ‘브뤼메르 18일’을 허용하여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단두대로 가게 만들었다. 이런 자코뱅식 급진개혁은 결국 폴 바라스의 총재정부에 이어서 나폴레옹을 황제로 등극하게 만들면서 혁명이전의 구체제를 복권시키는 역설과 아이러니를 만들어 냈다. 
 
자코뱅식 급진개혁을 주도한 로베스피에르는 ‘공안위원회’라는 중앙집권적 권력기구를 해체하기는 커녕 다른 구체제의 권력자들에게 건네주는 오류를 남겼다. 이런 오류는 현실의 단계를 무시하는 도덕적 이상주의자들이 추진하는 급진적 개혁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고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검찰개혁의 대안으로 제시된 ‘공수처’설립도 ‘국민주권 원리’에 충실한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선진국 미국의 검찰통제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행정부 내 검찰과 공수처의 분리는 ‘국민주권의 원리’라기 보다는 ‘중앙집권주의 원리’에 더 가깝다. 미국의 주와 카운티는 검찰청 조직에 대한 주민자치적 통제를 위해 검사장인 지방검사(district attorney)를 주민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중앙집권주의 원리’에 따른 ‘옥상옥(屋上屋)’의 조직인 공수처를 만들 것이 아니라 검사장 주민직선제와 대배심제를 구현했어야 적절했다. 주민자치의 입장에서 주민들이 사법부 배심원단에 참여하여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재판을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