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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인사권자 심기 위한 검증 시 큰 문제 생겨"
"검찰, 이번 문제 파악하는 게 상식…감사관실 존재 이유 없어"
"대통령실, 적당히 말장난으로 잘못 회피하면 개선 안돼"
2023-02-27 10:39:25 2023-02-27 10:39:25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13년간 인사검증을 한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27일 정순신 변호사 인사 논란 관련해 "인사권자(대통령)의 인사 의도를 감안하는 것은 좋은데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인사권자의 심기경호를 위한 맞춤식 검증을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인사권자는 이 사람이 꼭 되기를 바라, 이 사람을 너무 좋아해, 내가 맞춰줘야지, 이렇게 하는 순간 큰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행정관은 27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가 위(대통령)에서 내려오는 카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는 진행자 물음에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이고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상당히 부담감을 느낀다"며 "갑자기 어떤 사람에서 인사검증이 탁 떨어지면 비서관이나 수석한테 물어본다. 인사권자의 의도를 물어보는 건데 엄지손가락을 위로 드는 경우가 있고 아래로 드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비서관과 수석이 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부담이 상당히 크다. 이거는 무조건 어느 정도 인사권자가 좋아하니까 통과시켜라, 이 말"이라며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면 정상적으로 검증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전 행정관은 "검찰이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전력에 대해) 파악하는 게 상식이다. 당시 검찰고위직 인사 아들의 학폭 관련 행정소송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도 대검찰청이나 법무부에서 확인을 안 했다면 법무부 감사관실이나 대검찰청 감찰1·2과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경찰의 예를 들며 "경찰고위직이 무슨 행정소송을 벌이고 문제가 되고 있다면 경찰청 감찰부서에서 당연히 파악해야 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보도가 됐는지 사회적 물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당연히 판단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학폭 문제가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지에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정확히 틀렸다. 사전 질문지 10호 질문을 보면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이 다단계·도박·성매매 등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소송에 관여한 게 있는가 없는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며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학폭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적당히 말장난으로 잘못을 회피하려고 하면 개선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전 행정관은 "인사검증에 문제가 생겼을 때 윤석열 대통령께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가장 간단한 개선책이다. 인사검증 당시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묘책이 없을까 하면 국가기강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아무리 당신을 위해서 했다 할지라도 이번 인사검증에서 잘못한 문제에 대해 처벌하고 넘어간다면 다음부터는 인사검증을 대충 하라고 해도 담당 공무원들이 공정과 원칙에 입각해 하려고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앞서 정 변호사는 경찰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폭 문제로 임명 하루 만인 지난 25일 사의를 밝혔습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사의를 밝힌 지 4시간30분 만에 임명을 취소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 변호사 인사 관련해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자녀의 학폭 문제는 통상의 인사검증 항목에 해당하지 않아 임명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동급생에게 수차례 폭언을 한 사실이 인정돼 서면사과, 전학,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학부모 특별교육 10시간 이수 등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재심 등을 통해 확정된 전학 처분에 불복한 정 변호사 측은 징계 취소소송을 춘천지법에 제기했으나 1심·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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