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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직접 가입해보니…불완전판매 여전
"저축보험으로 생각해라" 설명
계약취소권·지급거절 사유도 안내 안 해
2023-02-24 06:00:00 2023-02-24 11:13:3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이 올 들어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불완전판매 관행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의 대표상품이면서 '사망보험'으로도 불립니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기자가 직접 종신보험에 가입해봤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수두룩
 
기자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 보험대리점을 찾았습니다. 종신보험 가입을 문의하니 가장 먼저 사망보험금의 규모를 정해줬습니다. 사망보험금이 상품별로 어떻게 구성됐는지 알지도 못한채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상품으로 가입과정이 진행됐습니다.
 
설계사가 설명하는 내용은 보험료와 만기 환급금, 해약 환급금 세 가지뿐이었습니다. 소비자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는 어느 상품이 보험료가 싸고, 만기 후 해약할 때 환급금이 더 크냐는 것뿐이었습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설계사는 보험계약 체결 단계에서 '3개월 이내에 해당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소비자는 보험 계약 체결 후 3개월 내 해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설계사로부터 보험계약 취소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설계사는 20년 뒤에 돌려받는 환급금이 낸 보험료(납입 보험료) 보다 더 많다는 내용을 알리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종신보험은 저축성 금융 상품이 아닙니다. 보험판매인이 종신보험을 저축성 금융 상품으로 안내하거나 그런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것은 대표적인 불완전 판매 행위로 분쟁의 소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보험 서류에 자필 서명을 했다면 서류상으로는 가입자가 저축보험으로 오해하고 가입했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계약서 대필' 관행도 여전
 
심지어 기자는 가입하는 상품의 보험 계약 서류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서명했습니다. 설계사가 두꺼운 서류를 내밀며 이름을 적을 곳과 서명할 곳을 손으로 짚어줬고, 서명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서류로 넘기기 바빴습니다. 보험상품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는 것을 소비자가 직접 수기로 작성해야 하지만, 설계사는 알아서 해 드리겠다고만 했습니다.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는 사유에 대해서도 안내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륜차를 이용하고 있다가 이로 인해 사망하게 되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 이후 직업을 바꿨는데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을 경우에도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사는 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말끝을 흐리면서 "오토바이 때문에 사망하셔도 보험금은 어차피 다 나와요"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가평 계곡 사건'은 종신보험금을 노린 사건이었습니다. 종신보험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 부작용이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렇기에 가입자는 그 어느 보험에 가입할 때보다 상세히 안내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기자가 실제 가입한 종신보험 상품 설명서입니다. 보험료 안내 아래 주의 사항이 길게 나와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기자는 보험설계사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사진 = 허지은 기자)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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