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길복순’, 전도연의 빛나는 ‘원샷 원킬’ 존재감
청부살인업계 전설 ‘킬(Kill) 복순’이라 불린 길복순, 회사와 재계약 갈등
주인공 전도연, 그의 극중 존재감 위한 설정과 구성 돋보인 장점과 단점
2023-03-06 07:00:28 2023-03-07 18:07:4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저멋지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됩니다. 하지만멋지다란 단어, 여러 의미로 분화시켜 볼 수 있습니다. ‘세련됐다일 수도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멋졌기멋지다라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솔직해 지면 이런 표현일 것이란 속내도 읽혀지게 됩니다. ‘어디서 분명 본 것 같다. 좀 더 순화해 보겠습니다. 명품 브랜드 이름을 달고 나온 기성복 스타일의 비주얼. 넷플릭스 영화길복순’은 딱 이런 이미지와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잘 만들었고, 꽤 재미있고, 또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 설정과 이미지. 반드시 한 번은 봤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명품이란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명품이 그렇습니다. 명품이란 브랜드 이미지 속에 가둬버린 천편일률적 공장식 찍어내기.
 
 
 
‘길복순’은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킹메이커를 만든 변성현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습니다. 주인공길복순은 설명이 필요 없는 여배우 전도연입니다. 그의 상대역차민규대표는 설경구, 그리고 차민규의 여동생차민희는 이솜이 연기합니다. ‘길복순의 딸길재영역에는 충무로의 괴물 아역 김시아입니다. 캐스팅 라인업은 명품을 넘어선 명품 그 이상입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여성 킬러 액션, 재미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재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분명 그리고 반드시 한번은 봤던 것들입니다.
 
영화 '길복순' 스틸. 사진=넷플릭스
 
일단길복순스토리입니다. 청부살인업계 전설로 불리는 길복순. 그는 자신이 소속된 살인청부회사 MK와 재계약을 앞둔 업계 에이스입니다. 그를 두고(Kill) 복순이라 부르는 이유도 실력 때문입니다. 그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일화. 영화 오프닝에 등장합니다. 한 눈에 봐도 섬뜩해 보이는 야쿠자. 호텔이 아닌 폐쇄된 도로 한 복판에서 눈을 뜹니다. 길복순의 작품입니다. 길복순은 마트에서 산 3만원짜리 손도끼를 휘두르며 이 야쿠자를 제압합니다. 물론 길복순에게는 일입니다. 단순한 일이 아닌 회사 일입니다. 더 이해가 안 간다면 이렇게 설명하면 됩니다. 그는 지금 업무 중입니다. 업무가 끝났으니 퇴근합니다. 회사에 퇴근 보고를 한 뒤 집에 갑니다. 집에선 사춘기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워킹맘 입니다. 딸의 케어를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식사 자리에도 참석하는. 평범한 엄마 입니다.
 
영화 '길복순' 예고편 스틸. 사진=넷플릭스
 
길복순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가 소속된 회사 MK, 그리고 그 회사 대표 차민규, 그리고 차민규가 이끄는 청부살인업계 연합체를 알아야 합니다. 일단 MK는 살인 청부를 전문으로 의뢰 받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차민규는 길복순을 길러낸 업계의 신화적 존재입니다. 차민규의 말은 곧 업계의 불문율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MK가 중심이 된 연합체 규칙조차 차민규가 만들었습니다. 첫째는 미성년자는 죽이지 않을 것, 둘째는 회사가 허가한 작품만 할 것, 셋째는 회사가 허가한 작품은 반드시 트라이(TRY)할 것.
 
영화 '길복순'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런 조직을 이끄는 차민규에게 고민이 생깁니다. 길복순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복순을 붙잡고 싶습니다. 그의 뛰어난 실력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차민규의 동생 차민희가 그걸 눈치 챕니다. 민희는 예전부터 복순에게 묘한 질투심과 경쟁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복순을 향한 오빠 민규의 마음까지 알아챕니다. 결국 복순을 위험에 빠트리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챈 민규와 복순의 선택. 업계의 불문율과도 같은 3가지 규칙. 이 모든 것이 소용돌이치면서 복순의 삶은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 '길복순' 예고편 스틸. 사진=넷플릭스
 
‘길복순’은 여성 원톱 액션 서사 구조입니다. 청부살인업계란 세계관을 구축해 냈고, 이 안에 싱글맘이자 워킹맘 서사를 더했습니다. 장르적 서사 흐름을 일상적으로 치환 시킵니다. 그 방식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나갑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과 아이를 키우는 일, 그리고 회사의 업무 승진 등등. 일상과 전혀 접점이 없는 상황이 기묘할 정도로 접점을 만들어 내면서 이빨이 물리듯 맞아 떨어져 나갑니다. 일단 첫 오프닝의 강렬함이 기억에 남아길복순전체 서사 흐름을 궁금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오프닝 성격은 결국 고스란히길복순서사 성격을 규정 지어 버립니다. 사람 죽이는청부살인과 회사 업무의 교집합 그리고 사춘기 딸 케어에 대한 어려움. 나아가 업계 동료들과 맺는 관계의 불편함 등.
 
영화 '길복순' 스틸. 사진=넷플릭스
 
‘길복순’은 전체를 보면 꽤 유려해 보이는 듯한 스타일리시 액션 장르로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이 영화를 구성하는 설정 자체가 국내외 청부살인 소재 영화 몇 편에게 빚을 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길복순이 회사란 조직에 소속된 킬러 란 점. 청부 의뢰 자체가 업무로 분류된 단 점. 인턴십 기간과 정직원 승급 등 승진 제도가 있단 점. 조직 내부의 질투와 연적의 관계 등. 모두 2012년 개봉한 영화회사원설정입니다. 주요 캐릭터가 남자에서 여자, 러브라인이 외부에서 내부로만 바뀐 점 등. 여러 서사 흐름 조건이 비슷하다 못해 동일할 정도입니다.
 
영화 '길복순' 예고편 스틸. 사진=넷플릭스
 
극중 차민규 대표와 길복순 조합은 할리우드 영화킬 빌과 유사합니다. 복수의 대상과 연모의 대상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넘어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연결된 무엇까지. ‘킬 빌감성을 상당히 많이 끌어온 느낌이 강합니다. 가장 큰 교집합은 아무래도존 윅시리즈일 듯합니다. 이 시리즈 전매특허인 킬러 연합체 설정은길복순세계관을 지탱하는 MK와 차민규 그리고 그가 중심이 된 연합 조직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기본적 흐름과 설정 등이 너무 흡사합니다. 이외에 여러 레퍼런스가 많이 투영된 서사 흐름입니다.
 
영화 '길복순' 예고편 스틸. 사진=넷플릭스
 
‘길복순’은 너무 많은 레퍼런스가 보이고 반대로 너무 뚜렷한 캐릭터도 보입니다. 그건 서사 중심 영화이기보단 캐릭터가 기시감을 끌어가는 형식이란 점을 에둘러 전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치밀한 구성력의 서사 연결성 보단 캐릭터에 기대는 서사 구조와 흐름이 두드러지기에 전체 서사를 구성하는 시퀀스 연속성이 필연적으로 끊어지게 나열돼 있단 얘기입니다. 길복순 모녀의 관계 그리고 길복순과 차민규의 감정적 설정 여기에 길복순과 차민희, 길복순과 한희성(구교환)의 서사 등이 거의 대부분 생략된 채 전체 서사에 묻혀 끌려갑니다.
 
영화 '길복순' 예고편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런 모든 약점과 그 약점보다 더 큰 약점을 전도연이란 원샷 원킬 존재감이 묻어 버립니다. 전도연이 연기한 길복순이란 특급 캐릭터가 끌어가기에 필연적으로 시퀀스 연속성이 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길복순은 선택과 집중, 양단간의 고민에서 캐릭터를 선택했고 거기에 집중했습니다. 서사의 구멍과 흐름이 적당히 방해되고 몰입을 끊어 놓는다고 해도 전도연의 존재감이라면 그걸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건 주효했습니다.
 
영화 '길복순' 스틸. 사진=넷플릭스
 
‘길복순’은 전도연의 전도연을 위한 전도연에 의한 영화입니다.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약점이 차고 넘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전도연이란 존재감이 전부 원샷 원킬로 끝을 내버립니다. 그걸로 이 영화의 목적과 존재감은 의미를 다합니다. 3 31일 공개.
 
P.S 오프닝에 등장하는 뜬금없는 배우의 존재감. 아이러니한 점은 두 배우,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 커플이었습니다. 그리고 뜬금 없는 그 배우, 너무 유명한 수상 소감을 전도연에게 받쳤던 인물입니다. 이번 영화 오프닝에선 전도연에게 잔인하게 원샷 원킬을 당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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