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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천공' 의혹 밝힐 남영신·부사관 증인채택 '불투명'
김병주 국방위 민주당 간사 "두 사람이 '키'…여당 늬앙스는 부정적"
2023-02-13 11:43:12 2023-02-13 14:32:0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결정 개입 의혹을 밝혀 줄 핵심 증인들의 국회 출석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민주당이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과 A주임원사를 오는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증인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최근 출간한 저서 <권력과 안보: 문재인정부 국방 비사와 천공 의혹>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남영신 당시 육참총장은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 행사 도중 부승찬 대변인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며 "천공이 인수위 고위 관계자와 함께 국방부 영내에 있는 육군 서울사무소와 한남동에 자리한 육참총장 공관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남몰래 전했습니다. 남 총장은 근거로 부사관의 목격과 보고를 제시했는데요, 현재 B군단으로 전출된 A주임원사가 목격 당사자입니다. 남 총장과 부 대변인은 평소에도 속얘기를 터놓고 꺼내는 긴밀한 사이였습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13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요일 국방위 (전체회의)에 천공 의혹에 관한 증인들을 출석시키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번 의혹은 일단 남영신 전 총장과 부사관이 '키' 아니냐"며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국민의힘에)이야기를 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합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아직 (명시적으로)반대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 제의를 해놨고, 확답은 못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검토는 한다고 했는데, 뉘앙스는 부정적"이라고 국민의힘 기류를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부승찬 전 대변인과 해당 의혹을 보도한 본지, 한국일보에 대한 형사 고발까지 진행한 상황에서 진상 규명에 누구보다 애써야 할 여당의 행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1월26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가운데 당사자들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A주임원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해달라는 본지 취재팀의 거듭된 요청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짧은 답변만 내놨습니다. 의혹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남영신 전 총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이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소설"로 치부했던 그는 최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는 이야기'라는 말로 입장이 후퇴했습니다. 최근에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실정입니다. 
 
민주당이 국방위에서 남 전 총장 등의 출석을 통해 규명하려는 의혹은 2022년 3월경 역술인 천공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팀장), '윤핵관'으로 꼽히는 A의원 등이 용산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본지 보도에 기초했습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관저 결정에 민간인이자 역술인이 개입한 것으로, 대단히 심각한 사안입니다. 천공의 과거 측근이자 전직 정법재단 관계자는 취재팀에 이를 "최순실 국정농단 시즌2"라고 규정했습니다.
 
본지 단독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3일 대통령실은 기자 등을 경찰에 고발키로 했다면서 "'대통령 관저 이전에 천공이 관여했다'는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려면, 최소한 천공의 동선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거나 관저 출입을 목격한 증인이나 영상 등 객관적 근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의혹을 밝힐 핵심 증인 채택을 국민의힘이 스스로 거부하면서 경호처와 대통령실의 입지만 궁색해지는 꼴이 됐습니다. 이는 윤석열정부 들어 현직 기자에 대한 대통령실의 첫 고발이기도 했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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