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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매각 논란②)hy 물류 사업 급제동에 '야쿠르트 아저씨' 안착 숙제
hy, '라스트 마일' 경쟁력 강화 위해 메쉬코리아 인수 추진
기존 프레시 매니저 네트워크 활용한 시장 진입 기반 조성된 상태
문제는 매각 갈등 깊어진다는 점…"야쿠르트 아저씨 안착 지연될 수도"
2023-02-08 06:00:00 2023-02-08 08:57:5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hy(옛 한국야쿠르트)와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 간 매각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서, hy의 물류 사업 외연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유제품 외 생필품 등 배송에 나서는 '야쿠르트 아줌마'에 이어 '야쿠르트 아저씨'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hy의 메쉬코리아 인수는 물류 서비스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1971년 창립한 hy는 2021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사명을 바꾸고 유통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유제품, 발효유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세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콜드체인 배송 시스템을 토대로 한 '프레딧' 서비스 론칭도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뤄졌습니다.
 
이처럼 식품 기업에서 물류 기업으로의 과감한 업역 확장이 가능했던 것은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프레시 매니저'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hy가 확보한 프레시 매니저는 전국 1만1000여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소비자까지 직접 물건을 전달하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서 hy는 프레시 매니저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미 배송 산업이 확장되기 한참 전부터 hy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를 실시해온 기업으로 봐도 무방한 셈입니다.
 
hy가 메쉬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바로 이 라스트 마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구축된 프레시 매니저 중심의 유통망을 활용해 구독경제 등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기획하고, 여기에 부릉 배달원의 즉시 배송 시너지 효과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다만 hy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메쉬코리아 창업자 유정범 전 대표와 부릉 라이더·지점장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야쿠르트 아저씨의 업계 안착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hy 본사 앞에서 유정범 전 대표와 부릉 라이더·지점장 20여명은 "날치기식 이사회 안건 의결로 메쉬코리아를 매각하려는 꼼수를 규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hy의 메쉬코리아 인수는 창업 생태계를 죽이는 일이다. 직원의 고용 승계, 회사의 성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유 전 대표를 복권하고 인수를 철회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듯 유정범 전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hy와 메쉬코리아의 법정 공방이 한층 치열해지고, 오는 9일 주주총회에서도 상당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hy는 기존에 어마어마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빠른 시일 내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게다가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친숙한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메쉬코리아와의 매각을 둘러싼 경영진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변수이자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모르겠지만 시간이 예상 밖으로 더 소요될 경우 장기적으로 이미지 제고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야쿠르트 아저씨 서비스 계획도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hy 본사 앞에서 부릉 지점장들이 매각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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