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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오션프롬더블루, ‘서른 즈음에 그려낸 짙푸른 사운드’
결혼과 어른, 동시대 청춘들 향한 노랫말…지체 장애 친동생 헌정곡까지
R&B 기반 디스코, 앰비언트까지 확장…“음악은 제 발자취 남기는 것과 같아”
2023-02-01 15:33:33 2023-02-02 10:27:2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대를 돌아보면, 왠지 모르게 눈가를 일렁이는 블루지한 감정. 점점 더 명암과 채도가 짙어지는 파랑.
 
"데뷔 초 때 냈던 음악은 하늘색에 가까운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사운드의) 첨가물이 자꾸 들어가면서 점점 더 색이 진해지는 느낌인데, 저는 이게 싫지 않아요."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인근에 위치한 한 라이브재즈카페에서 만난 R&B 싱어송라이터 '오션프롬더블루'(강주원·30)는 "올해 서른이 됐지만 음악을 만들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며 "기록으로써 남기 마련인 음악은 제 발자취를 남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그 나이 대에 맞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인근에 위치한 라이브재즈카페 '천년동안도'에서 만난 R&B 싱어송라이터 오션프롬더블루는 "한국의 중요한 재즈 장소를 음악감상회 장소로 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며 "오랜 시간 음악을 하고 싶다. 밴드 사운드에서 출발한 나의 뿌리를 잃지 않고 싶다"고 했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오션프롬더블루가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건 첫 정규앨범 'oceanfromtheblue'(2일 발매)로 돌아옵니다.
 
통상 음악가들이 '셀프타이틀(자신의 이름을 앨범명으로 정하는 것을 지칭)' 앨범을 낼 때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션프롬더블루는 "1년 반 전 작업을 끝낸 앨범"이라며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현재, 그리고 삶의 태도까지 아우르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R&B 뮤지션이지만 특정 장르에만 갇히지 않아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 EP 앨범 ‘forward’에서는 디스코하우스 장르부터 G-펑크, 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섞어냈습니다. 이번 음반에서도 열명 남짓한 프로듀서와 작곡진들과 송 캠프를 차리고, R&B를 뼈대로 힙합, 디스코, 앰비언트까지 확장하며 다양한 질감을 입혀냈습니다. 
 
"원래는 혼자 멜로디, 가사를 다 쓰고 프로듀싱까지 하는 스타일이었는데요. 4~5년 하다 보니 스스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오더라고요. 한달 백만원 상당의 숙식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얻은 것 같아 만족합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인근에 위치한 한 라이브재즈카페에서 만난 R&B 싱어송라이터 '오션프롬더블루'.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앨범은 전체적으로 곡의 순서까지 고려한 유기적 구성이 돋보입니다. 보코더(사람 목소리를 변조하는 일종의 키보드 이펙터 장치)를 활용하고 록과 펑크(Funk)를 아우른 '잠자리'는 음악 스펙트럼을 확장하겠다는 선언과 같은 곡.
 
가사들은 서른 즈음에, 청춘의 감정을 크로키처럼 포착한 캔버스와 같습니다.
 
앨범 중간부 쯤 수록된 '결혼'은 사촌동생 결혼식의 축가를 부르고, 가정을 하나 둘 꾸려가는 지인들을 바라보며 쓴 곡. 멜로우 팝 풍 말랑한 선율에 R&B 음색을 벼린 현실적 노랫말들을 두고 그는 "전작들에서 단순히 저 만의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면, 신보에서는 현실에 섞이고 있는 저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결혼 문제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 입장과 심경을 표현하고자 중간에 배치했다"고 했습니다.
 
함께 힙한 티셔츠를 입고 탈색 머리를 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꿈보다 현실을 택해 살아감을 그린 '어른이', 30대 초를 맞으며 나침반을 잃어버린 듯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서른'.
 
"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작들보다 평소 실제 목소리로 노래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화려함 보다는, 말하듯이 부르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향이 나을 것 같았거든요. 일부러 갈라지는 목소리를 내려고 몸살에 걸려 녹음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30일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인근에 위치한 한 라이브재즈카페에서 만난 R&B 싱어송라이터 '오션프롬더블루'.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이날 현장에서 전화 녹음 음성이 흘러나올 땐, 카페 공기가 잠시 멈췄습니다. "뚜루루루(전화벨소리). '여보세요' 해 봐/ 형아 해봐 형아, 형아 이름이 뭐였지?" 
 
'가끔 내가 네 몫까지 행복해지려는 건 아닌가 미안해/ 그래 그렇게 웃고만 있어/가끔 너무 밉다가도 천사 같은 미소가 보여.'
 
후반부쯤 배치된 곡 '동생'은 지체 장애를 지닌, 2살 어린 친동생에게 바치는 헌정 곡. 몸을 돌려 한참 눈물을 훔친 뒤 힘겹게 말문을 연 그는 "7년 전부터 (동생에 관한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도했는데, 쉽지 않았다. 만들고 나서도 듣는 게 힘들어 다시 듣지는 않았었다"고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신 분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무거운 트랙일 겁니다. 들었을 때, 너무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잘 담아 내보려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청춘의 애수가 짙은 푸른 사운드지만, 아티스트의 자의식이 묻어나는 선율들은 그 음표 하나하나 알알이 감정이라 어쩌면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는 것.
 
베이스가 부각되다가 기타 솔로, 드럼이 교차하고 간헐적 뮤트(소리 중단)도 일어나는 옛 R&B 스타일 타이틀곡 'Open Your mind'를 그가 일어서서 부를 때,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여러 작사가들이 소셜이나 차트 상단에 꽂힐 공장식 정체 불명 가사들을 엉겨 붙어 찍어내는 이런 시대에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사는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솔직하게 얘기하는지, 사회적으로 학습해서 하는 얘기인지 동물적 감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때론 저 역시 포장을 할 때도 있지만, 그것 만이 주가 되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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