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교섭’ 임순례 감독 “내가 연출했는지 알까요”
“연출 제안 받고 고민,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얘기 집중 가능성”
“‘교섭’ 성공 또 다음 기회 올 듯…내 색깔 위해 장르 문제 안돼”
2023-01-23 07:00:07 2023-01-23 07:00:0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좀 납득하긴 힘들었습니다. 우선 연출자가 임순례 감독이랍니다. 그래서 첫 의문이 도대체 왜?”였습니다. 그럼 뭐가 왜인가. 임 감독님이 영화 교섭연출자로 합류한 사실을 가리키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의문입니다. “‘교섭은 분명 액션 수위가 상당한 영화일 텐데란 것이죠.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임 감독님은 액션 연출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액션 연출을 한해 본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장르와 임 감독님의 작품 세계관은 전혀 접점이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황정민 현빈이 출연한답니다. 그럼 당연히 액션 수위가 만만치 않겠다 싶었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장난 아닌데란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임순례 감독님이 연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임 감독님은 대표적인 동물애호가로 유명합니다. 참고로 전작 리틀포레스트에선 극중 출연하는 강아지 컨디션을 고려해 촬영 일정을 조율했다는 후문이 들려올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런 임 감독님이 총탄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중동의 테러 지역 한 가운데로 들어갔습니다. 임순례 감독이 교섭의 시나리오를 읽고 고심 끝에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참고로 당연하게도 임 감독은 당초 이 작품의 연출 제안을 거절 했었답니다.
 
임순례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
 
교섭개봉을 며칠 앞두고 오랜만에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임순례 감독님과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임 감독은 교섭의 두 주인공 황정민 현빈이 각각 베테랑2’하얼빈촬영 스케줄로 교섭홍보 일정에 함께 하지 못해 본인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쑥스러운 웃음부터 터트렸습니다. 그 웃음과 함께 당연히 첫 질문은 도대체 왜 임순례가 교섭을 연출한 것이냐란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임 감독도 그 질문부터 나올 줄 알았다고 하네요.
 
다들 의아해 하세요(웃음). 사실 제가 생각해 봐도 저와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처음 제작사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었죠. 단순하게는 구두로 거절을 했었는데 고민을 해보니 생각해 볼 부분이 있겠더라고요. 실화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아니라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애기를 다룬다면 새로운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 가운데 의기투합하는 서로 다른 두 남자의 얘기로 가닥이 잡히면서 탄력을 받아 제작이 이뤄지게 됐죠.”
 
교섭2007년 샘물교회 교인들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모티브가 돼 제작된 영화입니다. 영화에도 첫 오프닝부터 실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 그리고 당시 실화로 인해 교섭은 뜨거우면서도 또한 반대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부의 행동에 대해서 지적하는 의견까지 또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교섭의 모티브가 된 샘물교회사건은 이런 분열 의견의 대표적 사건 중에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순례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도 당시 사건을 어느 정도까지 담아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죠. 물론 100% 전부 다 담을 수는 없었어요. 그나마 당시 사건을 떠올려보면 그랬던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왜 가지 말라는 곳에 굳이 가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싶었죠. 근데 그게 당시 모든 사람들의 정서였잖아요. 그래서 들었던 생각이 그럼 그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 아닌가란 질문도 저 스스로에게 해봤어요. 그러니깐 답이 의외로 빨리 나오더라고요. 막막했던 인질분들. 그보다 더 막막했던 교섭단의 심정 등이 느껴지기 시작했죠.”
 
교섭은 처음부터 과정 그리고 결말까지. 딱 한 가지, ‘국가의 책무를 담아 끌고 갑니다.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국민이 도움을 요청할 때 국가는 도대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교섭은 거의 온전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러닝타임 전체를 투자해서 말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온 국민이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또 그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대해 교섭이 지적하는 듯합니다.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 그게 국가의 당연한 일 아닌가. 그걸 반드시 이 영화에 녹여내려고 노력 했었죠. 혹여 종교 문제나 기타 다른 문제로 이 영화의 가치와 분질이 흐려지는 걸 막으려 노력한 것도 있었어요.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가 뭘까.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면 작동하는 시스템이란 게 뭘까. 관련자 처벌을 얘기하는 데 그건 그 다음 문제가 아닐까요. 요즘 가장 와 닿고 생각해 볼만한 지점인 듯합니다.”
 
영화 '교섭' 현장 임순례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실 리얼리티를 위해서라면 교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촬영 했어야 합니다. 물론 현재까지도 아프가니스탄은 입국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위험한 국가입니다. 그래서 제작진은 아프가니스탄과 가장 유사한 지역을 찾기 시작했고 유력한 후보지로 선택한 요르단을 최종 촬영 지역으로 낙점했답니다. 참고로 교섭이 촬영을 한 요르단 지역은 그 유명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은 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극중 교섭속 풍광이 심상치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었습니다.
 
우선 요르단에서 요르단영상위원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 위원회가 엄청난 파워 조직이에요(웃음). 그들의 허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요르단 자체가 군주제 국가이다 보니 그런 것도 있는 듯해요. 영상위원회 위원장이 요르단 국왕의 동생이에요. 그래서 여러 할리우드 영화가 요르단에서 많이 촬영을 하며 도움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요르단이 서양에서도 촬영지로 각광 받는 게 영국 식민지였기에 영어 사용이 편해요. 그리고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치안도 안정적이고요.”
 
임순례 감독에게 교섭은 데뷔 이후 첫 대작 영화 필모그래피로 남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1세대 여성 감독으로서 첫 여성 감독의 100억 대작 연출작 필모그래피를 남기게 됐습니다. 임 감독은 ‘100이란 단어에 대해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면서도 잘돼야 후배 여 감독들에게 많은 기회가 갈 것이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또한 워낙 큰 사이즈의 영화를 찍으면서 본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고충도 있었음을 전했습니다.
 
임순례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우선 돈의 사이즈가 가늠이 안됐었죠(웃음). 하지만 그 돈에 대한 책임을 체감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맞춰야 하니 부담이 커지고는 있어요. 이번에 잘 되면 후배 ()감독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듯하니. 그리고 교섭처럼 큰 사이즈의 영화를 만들면서 내 스타일이 좀 흐려진다는 것도 실제로 느끼기도 했어요. 제가 봉준호 감독 같은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아마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빼면 교섭은 누가 연출 한지 절대 모를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임순례 감독 개인적으로는 교섭2018년 초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이후 작품입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워낙 잔잔하고 일상적인 느낌의 작품이라 동물을 사랑하는 임순례 감독 성격과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난 작품입니다. 물론 작품적으로도 상당히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교섭이란 것이 꽤 의외였고 파격이란 느낌도 강하게 다가옵니다. 임순례 감독은 장르에 대한 제한을 두지도 스타일에 대한 취향을 고려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단지 자신의 색깔을 잘 투여 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면 블록 버스터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영화 '교섭' 현장 임순례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리틀 포레스트가 나올 때 굉장히 핏빛이 진한 작품들이 극장에 많았어요. 당시 나라도 좀 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자란 생각이었어요. ‘교섭을 만든 제작사 대표님이 리틀 포레스트를 만드셨는데 나와는 개인적으로 제보자까지 3번째네요. 제 개인적으로 감독에게 영화의 성공은 당연하게도 다음 작품에 대한 기회가 아닐까 싶어요. ‘교섭이 성공한다면 저도 또 다음 작품 기회가 오겠죠. 다음 작품 기회가 오면 그때도 제 색깔을 투여 시킬 수 있다면 장르는 크게 문제가 안될 거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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