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건넜다"…윤 대통령과 갈등 최고조에 벼랑 끝 내몰린 나경원
대통령실과 대립각…초선·재선까지 십자포화
나경원 당심 지지율 '뚝 ↓'…김기현 1위 굳히기
당대표 출마 중대기로…공개일정 없이 숙고 돌입
2023-01-18 16:21:28 2023-01-18 16:21:28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재차 충돌하면서 당권 도전 여부가 다시 기로에 섰습니다. 경쟁주자뿐 아니라 당 안팎에서 연일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데다, 유일한 무기였던 지지율마저 역전되면서 출마 여부가 안갯속에 빠진 모양새인데요. 차기 당권을 거머쥐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꼽히는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에서 멀어진 나 전 의원은 수세에 몰리면서 또다시 '잠행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나경원, 일정 전면중단초선 이어 재선까지 '비판 성명서'
 
나 전 의원은 당초 18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최근 지역 방문 일정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만남 등 공개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대표 경선 출마에 결심을 굳힌 것이란 해석을 낳았는데요. 
 
하지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본인에 대한 해임 결정을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가 대통령실이 공개 반박 입장을 내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실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시점에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냈는데요. 김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공개 반박했습니다.
 
친윤(친윤석열)계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반윤(반윤석열)' 논란에 선을 그어왔던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실의 '대못'은 큰 타격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당내에서도 경쟁주자뿐 아니라 초선의원에 이어 재선의원까지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나 전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는데요. 
 
여당 초선 의원 49명은 전날 나 전 의원 규탄 성명서를 내고 윤 대통령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동료들을 간신으로 매도해 갈등을 조장한다"며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 행위"라고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당초 성명서에 서명한 초선은 43명이었지만 '비윤(비윤석열)' 낙인이 붙을 것을 우려한 초선 의원들의 뒤늦은 동참도 이어졌는데요. 
 
이어 친윤계 재선 의원들도 성명 발표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선 의원들은 초선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에 대한 나 전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며 불출마를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주자인 김기현 의원 역시 이날 "대통령이 사퇴서 수리도 아니고, 사퇴서를 제출하지도 않은 (기후환경) 대사 자리까지도 해임 결정을 했다는 것은 분명히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책임 있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의원도 "안타깝다"며 "전당대회가 축제의 장이 돼야 하고, 끝난 다음에도 컨벤션 효과를 내야 하는데 분열이 되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믿었던 지지율마저…당심 지지율 하락세 전환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그동안 유일한 출마 동력으로 평가됐던 지지율마저 우위를 상실했는데요.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나 전 의원은 더욱 수세에 몰렸습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여당 지지층 397명에게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 의원은 35.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나 전 의원 21.6%, 안 의원 19.9% 등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층 8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도 김 의원이 34.3%로 가장 높았고, 나 전 의원(22.8%), 안 의원(15.4%)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나란히 공표된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나 전 의원은 일단 신중한 모습인데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자택을 나서는 길에 "할 말이 없다"며 대통령실 입장문에 대한 입장이나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 역시 나 전 의원의 정치 경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숙고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